<아들에게>(안낙헌씨의 아들 길수씨)
길수야, 너에게 편지를 쓰다니, 꿈만 같다. 1947년, 그러니까 평북 구성의 고향 땅에 나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너를 남겨두고 단신 월남한지 24년이 지났구나.
너에겐 퍽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지난 24년 동안 이북에 있는 너의 존재를 주위사람 모두에게 숨겨 왔다. 아니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는 너의 존재를 아주 잊어버리려 애썼다.
월남 이듬해인 48년 가을 나는 묘한 인연으로 37세의 노총각으로 가장돼 서울처녀와 새 장가를 들게 됐기 때문이었다.
너도 살았다면 이제 서른 여섯, 처자식을 거느렸겠으니 이 애비의 모든 일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나는 너의 새 엄마와의 사이에 25세에서 18세까지의 2남1녀를 두었다.
물론 너의 엄마나 세 아이는 내 단 하나의 혈육인 길수, 네가 이북에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
나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너의 존재를 숨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이름 한번 마음놓고 불러볼 수 있었겠느냐?
길수야! 24년 동안 내 마음속에서조차 잊으려했던 너를 생각하니 너의 갸름한 얼굴이 선명히 떠오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47년6월15일 아침7시 서울을 다녀온다며 내가 집을 나서자 『오실 때 서울과자랑 동화책이랑 많이 사오세요』하며 힘없이 돌아서던 네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선명하다. 너는 그때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어머니조차 일찍 여윈 너는 아마도 자손이 없었던 형님 댁에 양자로 들어갔겠지.
너는 어릴 때 근면하고 착실해서 나는 마음속으로 네가 사업가가 돼 부자로 살 것을 바랐었다.
그러나 생활에 여유가 생김에 따라 마음속깊이 숨겨놓은 너의 영상은 점차 뚜렷해지는 구나.
나는 이편지가 알려져 여기서 살고 있는 새 엄마나 네 동생들이 나의 이 같은 비밀을 알까 두렵지만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뿌리칠 수가 없구나.아들에게>
(4)북의 혈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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