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중국 입법위원 연국부씨 부처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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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유중국입법위원이며 중국국민당 중앙평의위원인 연국부씨(72)와 화가인 부인 당숙문 여사(64)가 10일 개인자격으로 내한, 해방 전부터 사귀어온 친지를 방문하면서 양자 주금생씨(금생물산 대표) 댁에 머물고 있다.
4만여 재한화교와 중국대사관을 시찰할 목적으로 한국에 온 연 위원부처는 일제치하에 있던 40여년전,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한국인들을 도와준 대표적인 중국인의 한사람으로 당시의 독립운동 실정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반가운 손님이기도하다.
연 위원부처가 깊은 친분을 맺었던 한국인 가운데는 현역 정치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나 이미 고인이 된 신익희씨와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계획했던 제헌의원 고 연병호씨가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쉽게 잊을 수 없는 친구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연 위원은 『신익희씨는 김구선생의 친서를 갖고 상해로 가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을 때 알게되었다. 그는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의 외무부장직을 맡고있었으나 점심 먹을 돈도 없이 헌신적으로 독립운동에 몸바친 존경하는 친구』라고 회고한다.
연 위원이 서안 중산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그곳에서 영어과 선생으로 일하던 신익희씨를 기억하고 있다는 부인 당숙문 여사는 혼란한 시기에 정치가와 결혼한 때문에 북경예술학교를 마친 뒤 20년간이나 작품활동을 중지해야만 했었다.
『22년전 대만으로 나온 뒤 자녀(2남1녀)들도 성장하자 그림공부를 다시 시작할 시간을 얻었다』는 당 여사는 「아마추어」화가로서 미술학도를 위한 미술교본을 내고 대만과 미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당 여사의 그림은 모두가 중국 고유의 동양화로 화풍은 사의파. 모란과 국화 그리기를 특히 좋아하는 여사는 각국에서 수입해온 그림 물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색채만을 골라 선지와 비단에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
『중국 고유의 찬란한 문화가 중공에서는 더 이상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보이는 당 여사는 대만의 예술가들이 중단 없는 노력으로 옛것을 배우고 새것을 창조하지 않는 한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사견을 말한다.
중국 북부 산동지방 태생이라 덥고 습기 찬 대만의 날씨보다는 서울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는 연 위원 부처는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경주 등 명승지를 관광하고 25일께 이한할 예정이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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