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내의 한국 문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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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미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할 적에 한국사태가 논의될 것이냐, 또 논의된다면 어떤 각도에서 다루어질 것이냐는 벌써부터 우리의 중대한 관심사로 되어왔다.
지난 5일 중공 방문중인 「뉴요크·타임스」지 부사장 「레스턴」과의 회견에서 중공수상 주은내는 한국사태에 관한 견해를 밝힌바있는데, 이 견해는 중공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견해로 보아야하기 때문에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주는 『한국에는 휴전협정만 있고 평화조약은 없다』고 지적하고 『남북한간에 긴장완화를 가져오고, 한국이 평화 통일을 향해 나아갈 방도가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그러나 『이것은 시간을 요하는 문제』라고 했다. 한반도는 지금 평화도 아니고 전쟁도 아닌 사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긴장과 불안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남북간의 긴장을 풀고,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확고부동하게 해두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정부와 국민의 다년간의 숙원이다. 따라서 주가 남북한간에 긴장완화를 가져오고, 평화를 촉구하자는 주장을 내 세운데 대해서는 우리도 반대할 의사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주가 밝힌 긴장완화·평화통일의·방법론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너무도 남북한간 대립의 역사를 왜곡하고, 또 오늘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좀처럼 찬의를 표할 수 없다. 주는 남북간의 화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미군의 전면철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립 직후 49년에 철수했던 미군이 누구 때문에 재상륙 하였으며, 또 아직도 계속 주둔하고있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는 한·미 양국국민은 주의 이런 주장이 합리적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 것이다.
우리도 미국도 주한미군이 무기한으로 남아있기를 원치 않는다.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긴장이 사라지고 평화유지의 조건이 성숙되면 주한미군은 자진해서 철수할 것이다. 따라서 미군 철수 여행는 북괴나 이를 밀어주고 있는 소련, 혹은 중공이 남침통일정책을 명백히 포기하고 대한 민국의 주권과 안전을 존중하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주는 데에 달려있다.
공산 측이 남진통일정책을 계속하면서 미군철수를 남북화해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그들의 남진통일 정책에 동의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어부성설인 것이다.
주는「언커그」(「유엔」한국 통일복흥위원단)가 「유엔」참전국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공산 측이 참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그 해체를 종용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주장은 명백히 사실을 왜곡해석하고 책임을 부당하게 전가하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이 합리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언커크」를 발족시킴에 있어 두개 공산국가를 이에 가입시키고자 했지만, 공산 측이 이 안의 수락을 배격했기 때문에 「언커크」에는 공산 측이 참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초의 「유엔」결의대로 「언커크」가 재편성된다고 하면, 「언커크」는 당연히 북한에 들어가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북괴가 「유엔」의 권능과 권위를 전적으로 수락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는 한국에서 미군이 물러나면 그 대신 「일본군국주의자」들이 즉각 한국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에 해빙「무드」가 조성되어가고 있는 오늘, 과연 일본에 「군국주의」가 부활할 것이냐 하는 것도 중대한 의문이지만, 설령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한다 하더라도 그 한반도 진출을 반대하고 경계하는 것은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렇다면 주 발언의 진의는 한·일 조약을 폐기시켜 한·일간의 협력관계를 파탄시키려는데 있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이를 요컨대, 주의 발언은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원한다고 하면서 미군철수 「언커크」해체·「일본군국주의 진출 저지」를 내세운 점에 있어서 북괴 측 연내의 주장을 다시 확인한데 불과하다. 미·중공 수뇌회담에 있어서 한국문제가 토론의 대상이 된다고 하면, 미국은 중공의 입을 통한북괴의 주장을 엄중히 경계토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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