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야할 교육제도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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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등교육정상화방안의 하나로, 내년도부터 고교입시제도에 또 한가지 큰 변혁을 시도하려던 문교부는 세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그 시안을 공개한지 불과 사흘만에 이를 일단 보류한다고 발표하고, 다만 종래 고교입시에 있어 편중된 감이 있던 국어·영어·수학 등 진도과목에 대한 배점비율을 낮추고 그 대신 미술·음악·체육과목의 비중을 높이도록 각시·도교육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내년도 고교입시를 불과 반년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교행정의 이 같은 일보후퇴를 꾸짖기보다는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싶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교입시과목의 배점비율에 대한 변갱지시도 당연히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년도 고교입시에 참가할 수십만 학생들이나 그 지도교사 및 학부모들이 겪게 될 심대한 심적 혼란을 상기할 때, 우리는 아무리 안당성이 있는 정책적 결정이라 할지라도 입시기일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의 정책 변갱은 극력 회피해야하는 것이 교육행정의 정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비단 입시제도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교육제도 일반은 문교행정의 하나의 정성처럼 되풀이 돼온 조령모개 때문에 해방 후 25년 이상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까지도 여전히 참된 안정기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릴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교육을 국가백년대계라고 흔히 말하듯이, 교육제도에 관한 한 아무리 사소한 변갱일지라도 자칫 그것이 당대 및 장내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로 계량할 수 없을 이 만큼 크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대문교당국자는 극히 최근까지만 해도 그 재임 중 적어도 몇 가지씩은 교육제도에 대한 일대변혁을 시도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삼는 듯한 느낌마저 주어왔음은 통탄할 일이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지난 68년11월 국무총리직 속으로 발촉했던 장기종합교육위의회가 1년 유여의 작업 끝에 그나마 2O년 앞을 내다본 장기종합교육발전계획을 확정 공포했을 때, 국민은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 나라 교육과 교육제도 일반이 앞으로는 오직 이 장기계획에 의거, 신중하고 계획된 절차에 따라 착실하게 재형성되기를 기대해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장기종합계획의 확정공포가 있은지 불과 1년 미만에 그 이상이나 기본목표 등은 향방조차 묘연한 채, 여전히 산발적이며 즉흥적인 교육제도개선시도가 그치지 않고 있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최근 세계각국들이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하에서 저마다 과감한 교육개혁을 열망하면서도 그 교육제도개편을 위해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고등교육제도에만 국한된 개혁을 위해 이른바『「로빈스」보고서』가 각성되어,l963년10월 정부백서로 발표되기까지에는 적어도 3년의 시일이 소요되었거니와 여기서 건의된 사항의 완성연도는 그로부터 17년 후인 198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이웃나라 일본에서 지난 6월11일에 발표된 중앙교육위의회의『교육개혁에 관한 최종책신서』만 하더라도 그것은 52년6월이래, 만18년의 심의기간을 거친 끝에 마련한 22개 부문의 건의사항을 앞으로 10년 계획으로 시행하도록 건의한 신중성을 잃지 않고 있다.
한편 작년 3월3일에 발표된 미국 대통령의『교육개혁에 관한 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서「닉슨」은 이 가운데서 앞으로의 교육제도개혁을 연구조사하기 위한「국립교육연구소」의 설립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 연간 2억5천만「달러」의 예산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 모든 사실들은 각국이 저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많은 문제점을 지닌 것이라고는 하나, 이미 확정된 장기종합교육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교육제도개선에 관한 한, 너무 조급한 시행착오의 되풀이를 지양하곡 이제 하나하나의 문제영역을 차분하게 또한 성실한 태도로 극복해 나가야할 당위성을 어느 때 보다도 절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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