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여름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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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들은 나를 보고 아직 젊어 보인다고 하지만 나 자신은 스스로의 나이에 대해 자주 느끼게되는 「나이든 여자」가 된 것 같다. 내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두 아이 선희(16) 충현(14)을 보고있으면 나이에 대한 실감이 더욱 짙어진다.
나이 들면서 수치심이 사라져가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고 깔끔한 구석이 없어져 갈까봐 나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
아주 더운 한여름에도 한복을 차려입기 시작한 것은 이런 마음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 들어 살이 많이 찐 여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으면 천한 느낌을 주게 되는 것 같다. 노출은 역시 싱싱한 시절 젊은이들을 위해서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두 아이들은 되도록 벗기려고 노력하고 시원하게 벗은 모습을 바라보면 엄마도 시원해지는 것 같다. 수유리에 있는 우리 집 뒤뜰엔 작은 「풀」이 있으므로 아이들은 「비치·웨어」기분이 나는 간단한 옷들로 여름을 보낸다.
한복차림은 아무래도 「원피스」 하나 입는 것보다 번거롭고 차려입는 옷이 많아 더울 것 같지만, 입어보면 살을 많이 내놓는다고 시원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일단 한복으로 더위를 다스리는 습관을 들이면 반바지와 「노타이」로 여름을 지내는 남편(백선기씨) 보다도 더 수월하게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김복희<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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