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중공의 삼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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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은 지난 24일 미국대통령의 중공방문계획에 대해서 침묵의 승인을 보냈으나 『미국은 「북평-워싱턴」간 접촉을 소련에 대한 어떤 압력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 성명서는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지에 게재된 장문의 논설 속에 수록되었는데 「타스」통신은 이 논설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소련 국민들은 미·중공 접촉이 어떤 「센세이션」을 일으키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의 당과 국가는 이들 접촉의 모든 결과를 주시할 따름이다.』「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 계획 발표는 세계 각국에 「쇼크」를 주어 연쇄적인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건은 분명히 국제권력 정치에 있어서 하나의 전기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것이 심대한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것은 구차스러운 설명은 필요치 않은데 세계 각국의. 반응 중 특히 주목을 요하는 것은 소련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왜 그런고 하니 미·중공접근·화해의 움직임은 62년 「쿠바」사태를 지금까지 지속하던 미·소에 의한 세계지배체제를 동요시키는 일방, 69년·국경선상의 무력충돌로 절정에 달한 느낌이 있던 중공·소의 분규대립을 새 방향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큰데 이 양자는 공히 세계의 평화와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공에 접근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미·소의 평화공존, 「유럽」에서의 「상대적 안정」형성 등으로 미국이 소련에 대한 압력을 근본적으로 완화 해 주었듯이 이제 중공에 대한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압력을 완화 내지 해제함으로써 중공으로 하여금 태평양 방면으로부터 오는 미국의 압력을 느끼지 않고서 소련과 대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려는데 있음을 부인 못한다. 50연대 미국은 소련·중공을 동시에 포위하고 압박하는 정책을 전개했던 탓으로 소·중공의 공고한 단결을 촉구해주는 결과가 되었다. 60연대 미국은 소련과는 평화공존하고, 중공과는 적대하는 세계 정책을 써 감으로써 소련·중공을 이간시키고 양자간에 분규대립을 확대할 수 있었다. 7년대 미국은 소련과 중공에 대해서 공히 평화공존 정책을 써 나감으로써 같은 사회주의국가이면서 서로들 적대하고 있는 이 두 개 대륙국가들이 그들 사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중공이 미국에 접근코자하는 중요한 이유로 먼저 미국과 접근함으로써 소련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가장하거나 혹은 대소협상을 벌이는데 유리한 지보를 선점해 두려는데 있다.
이처럼 미·중공간의 접근 시도가 그 어느 쪽으로 보아서도 소련을 견제하려는데 중요한 동기와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소련이 미·중공의 접근을 시기하고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소련의 시기나 경계의 도가 지나쳐 모처럼 성숙됐던 미·소 평화공존에 찬물을 끼얹거나 혹은 새로운 세계평화 질서가 성립되기에 앞서 미·소에 의한 세계평화체제에 금이 갈까 우려하여 「닉슨」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하기에 앞서 소련의 최고지도자와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소련이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계획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표시하는데 이를 못마땅하고 불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표현에 있어서 매우 신중을 기한 것은 너무 초조하고 과격하게 서두르다가는 미국이 앞으로도 지속키를 원하는 미·소 평화공존 「무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조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해를 위한 미·중공간의 접근 시도가 분명히 「센세이션」한 것이기는 하나 「닉슨」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양자가 어느 선에서 화해할 수 있을지, 현재로는 미지수에 속한다. 그러나 중공은 미국과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전 하나 만으로써도 소련을 수정주의라고 공격할 수 없게 되었다. 중공이 소련을 수정주의로 규탄한 최대의 이유는 소련이 미국과 평화공존하고 있다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소·중공 분규는 「이데올로기」상의 가식을 벗어버리고 국제권력 정치상의 세력권 적인 대립으로 노골화할 것이다.
미·중공간의 화해시도는 소·중공 관계를 우선은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공접근을 견제키 위해 소련이 대담하게 양보를 하면 소·중공 관계는 급작스러이 호전될 수도 있다. 이 두 개 가능성중 어느 것이 현실화하느냐에 따라 세계정치의 대세와 방향이 결정될 것이며, 북괴의 국제정치상 진로도 뚜렷이 부각될 것이다. 미·중공·일본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결탁되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키 위해서 미·소·중공 삼각관계의 추이를 예의 주목치 않으면 안될 소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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