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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이온가속기 '라온' 2019년부터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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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의 건설에는 6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고, 지금도 매년 운영비 등으로 1조2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CERN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 국가에 회원 참여를 권하는 이유다.

 한국은 LHC처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핵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연구에서부터 산업적 응용까지 다양한 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 도입을 진행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을 중심으로 2019년까지 대전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할 계획이다. ‘라온’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중이온가속기는 중이온(수소·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이온)의 빔 속도를 높이고 충돌시켜 새로운 동위원소를 만드는 연구시설이다.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로 화학적 특성은 같지만 핵을 구성하는 중성자 숫자가 다른 경우를 말한다. 현재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중이온가속기와 비슷한 사례가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 시설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GSI에서 만난 한스 가이셀 교수는 “한국에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건설되면 희귀 동위원소 발견 분야에도 한국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 과학자들이 새로 발견한 동위원소는 하나도 없다.

 중이온가속기는 우주와 별들의 생성과 진화에 대한 기초연구뿐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GSI에서는 1997년부터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암치료 연구를 시작했고, 2009년부터 하이델베르크 병원에서 15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다. GSI 홍보팀의 캐롤라 폼플런은 “중이온가속기에서 얻은 탄소(C-11)이온 등을 활용하면 피부조직 속에서 일정 깊이에 위치한 암세포의 DNA만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의 피해가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CERN에서도 라온과 비슷한 이졸데(ISOLDE)라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ISOLDE의 연구책임자인 마리아 보르지 박사는 “그라핀(Graphine)의 구조를 밝히거나 암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라핀은 탄소 원자만으로 구성된 평면구조로 두께는 원자 하나 정도다. 그라핀은 탄소 나노 튜브 등을 만드는 기본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보르지 박사는 “그라핀 구조를 밝히는 것 등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성균관대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름슈타트·제네바=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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