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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역습' 삼성전자엔 '제다이의 검'이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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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근 이렇게 충격을 받은 뉴스는 없었다. 하도 큰 사건이 많아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 나를 놀라게 한 건 ‘맥 PC용 운영체제(OS)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아이웍스를 무료로 풀겠다’는 애플의 발표였다. 팀 쿡 애플 CEO는 새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장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우리 경쟁자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언론은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 빗대 ‘애플의 역습’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게 우리 IT업계엔 ‘게임의 방식’을 새로 짜야 하는 시험에 들게 하는 사건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애플은 IT업계에서 통용됐던 마케팅 공식을 뒤집었다. IT업계는 그동안 소프트웨어에서 돈을 벌었다. 게임기는 싸게 팔고 게임팩에서 이익을 남기는 식으로 말이다. 하드웨어는 일정 마진만 남겼고 소프트웨어가 이익 창출원이었다. MS는 오직 소프트웨어로 미국 최대 기업이 됐다. 한데 하드웨어를 팔려고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준단다. 애플이 미친 걸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애플이 새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날, MS와 노키아도 새 태블릿을 발표했다. MS는 윈도 기반의 태블릿 서피스 시리즈를 들이밀고, 노키아를 인수해 하드웨어전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푸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 IT업계 ‘게임의 룰’은 바뀌게 될지 모른다.

 또 애플은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문성 패러다임’에 한 방 먹였다. IT업계 출입기자인 후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 가진 기업이 전세를 역전시키는 방식에 서늘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애플은 매력적인 하드웨어와 못지않은 소프트웨어, 방대한 앱스토어라는 플랫폼까지 갖췄다. 소프트웨어 매출을 포기해도 사용자가 늘면 앱스토어 매출이 늘 거다. 애플의 이익은 줄지 않을 거란 말이다. 이게 이젠 다 잘하는 팔방미인의 시대로 전환되는 신호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한국 IT산업의 미래가 의문이다. 애플 발표 직후 몇몇 관련 산업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MS가 타격을 입을 것” “애플이 사무용PC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지만 제대로 될까?” “PC시장은 중국이 주도하니 우리 영향은 제한적이다.” “위협과 기회가 상존한다.” 그들의 원론적이고 평화로운 대답에 내 문제 제기가 호들갑스럽게 느껴지긴 했다. 한데 애플 제품을 위협하며 디바이스 시장점유율에선 앞서는 성적을 보인 삼성전자가 제국의 역습에 맞선 제다이처럼 애플의 역습에 맞설 검이 과연 있을까.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 이런 ‘IT무림’에서 승리하는 법은 무엇일까. IT 대한민국의 향후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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