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의 입' 9년] 16. 국민교육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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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1968년 12월 5일 선포된 국민교육헌장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그림책. 당시 문교부에서 발행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했다. 문민정부라고 자칭한 김영삼 정부는 이 헌장이 군사 권위주의의 잔재라며 폐지했다. 이 헌장을 국수주의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지탄한 데 대해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혹시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적있는 교육'이 국수주의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일까. 청와대 대변인을 하면서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헌장을 유심히 읽어보면 그 속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관과 생활신조가 떠오른다. 헌장을 만들 때 참여했던 박종홍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학자.역사가들과 박 대통령이 많이 토론한 끝에 이런 정신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반공 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대목은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정치이념이었으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 국적을 운위했던 건 국수주의가 아니라 한때 유행했던 '세계시민'에 대하여 박 대통령이 국가이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헌장에는 또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르며'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과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정신을 북돋운다'는 대목이 있다. 이는 그후 새마을운동으로 이어져 사회교육과 정신개혁운동의 추진력이 되었다.

박 대통령은 국가시책의 기본 목표를 국가이익의 수호와 신장에 두고 있었다. 그것을 실천.수행하는 현실적 방법은 공연히 남의 장단에 춤이나 추면서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갖추는 게 아니라 내실을 탄탄히 다져나가는 실속주의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상외교도 되도록 삼갔으며, 꼭 실속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 한해서 외국 원수와 직접 만났다.

박 대통령은 국가이익의 수호.신장은 국력 배양에 있으며 국력 배양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주독립이라고 믿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결심은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할 뿐 쉽사리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 대개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 그렇다.

내가 옆에서 보기에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첫째는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요, 둘째는 남북통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사석에서 "우리 조상이 나라를 잘못 가꾸어 일본에 빼앗겼어. 그 후 일본 돈을 끌어다 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영원히 그들에게 굴종하고 있을 수는 없지. 꼭 따라잡아야 해. 그렇게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곤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는 남북통일을 해야 해. 우리 힘으로 해야 해. 그 힘을 하루 빨리 길러야지"라고 말했다.이것은 결코 요새 북한 정권과 그들의 앞잡이들이 얘기하는 외세배격론이 아니었다.

3.1 독립선언이 우리가 자주독립국임을 밝힌 선언이었다면 국민교육헌장은 자주독립국민이 되는 길을 천명한 제2의 독립선언이었다.

김성진 전 청와대 대변인·문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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