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장관들 개혁 주도… 총리·차관들이 균형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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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3일 차관급 인사 34명을 발표함으로써 2.23 청와대 인선, 2.27 조각(組閣)에 이어 새 정부 국정을 이끌어 갈 파워 엘리트 인선을 거의 마무리했다.

盧대통령의 용인술(用人術)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 각 분야에 개혁엔진을 장착하고 안정성향의 브레이크를 붙여놓는 방식이 핵심이다.

盧대통령이 그린 큰 골격은 '개혁대통령-안정 총리-개혁 장관-안정 차관'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가 강조해왔던 '몽돌과 받침대'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3일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盧대통령은 "지금 여론조사를 해보면 안정과 개혁이 반반씩 나온다"며 "안정 속의 개혁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일단 사회 전반의 변혁을 기획해나갈 '머리'에 해당하는 청와대 참모진은 대부분 개혁 성향이 선명한 색채로 꾸려졌다.

이정우(李廷雨)정책실장과 유인태(柳寅泰)정무.문재인(文在寅)민정.박주현(朴珠賢)참여.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 등은 사회 각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정책과 아이디어를 盧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역할이다.

김대중(金大中)정권 초기 청와대 내에 진보적 학자 김태동(金泰東)경제수석으로 상징되는 개혁파와 강봉균(康奉均)정책기획수석으로 상징되는 안정 관료파가 혼재하다가 5개월 뒤에 자리를 맞바꿈하면서 개혁그룹이 힘을 잃었던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고 한다.

盧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동북아시대.지방분권 등 굵은 국정과제와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결정이 어려운 핵폐기물 처리장.쓰레기 소각장 같은 부분은 청와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었다.

고건(高建)총리의 역할에 대해 盧대통령은 "혹시 내가 급하게 나가면 高총리가 조절하고 장관에게는 시어머니 역할을 해달라"며 과도한 개혁 속도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청와대가 머리라면 盧대통령이 국정 운용의 '심장'으로 삼은 것은 개혁적 각료들이다. 盧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대통령의 결정과 지시는 국무회의 등을 통해 직접 각료들에게 지시하겠다"고 했다. 40여일의 장고를 한 결과인 만큼 2년 이상의 임기와 권한을 이미 보장했다. 청와대의 개혁 마인드를 공직사회에 불어넣고 실천케 하는 현장 지휘관의 역할이다.

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이창동(李滄東)문화관광.강금실(康錦實)법무 등 장관 인사에선 연령.학력.경력.성 파괴가 이뤄졌으니, 국정의 손발 격인 차관급 인사를 통해선 공직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포석을 펼쳤다. 기획관리실장.차관보 등 각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들을 붙여놓아 개혁장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도 가능토록 했다. 개혁 드라이브의 후유증을 최소화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대부분 내부 승진인 차관급 인사를 통해 盧대통령은 각 부처에 연쇄승진의 기회를 만들었다. 정찬용(鄭燦龍)인사보좌관은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공무원들의 지지 확보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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