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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파워 엘리트] 곳곳 서열파괴…세대교체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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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盧武鉉)정부를 끌어갈 파워 엘리트의 윤곽이 드러났다.

3일까지 인선이 끝난 청와대와 내각의 차관급 이상 68명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대통령 본인, 그리고 아직 인선이 끝나지 않은 교육부총리.국가정보원장 등을 제외한 차관급 이상 공직자의 나이는 평균 54.4세로 나타났다. 나이만 보면 김대중(DJ) 정부(56.4세)와 비교할 때 크게 놀랄 만큼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공직사회의 서열을 가리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행시 기수(期數)다. DJ정부의 경우 차관급 이상 공직자 중 행시 출신은 모두 12회 이상이었다.

반면 盧정부의 경우 김세호 철도청장은 행시 24회다. 그 사이 5년이 지나긴 했지만 행시 출신 30명 중 12회 이상은 4명에 불과하고, 26명은 13회 이하다.

주력부대가 DJ정부 조각 당시엔 행시 7회(4명)와 10회(6명)였던 반면 盧정부에선 13회(7명), 14회(6명)다. 행시 13회인 김진표 전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에 임명됐을 때부터 술렁거렸던 공직사회의 세대교체 바람이 마침내 현실화한 것이다.

차관보다 장관이 연하인 부처도 네 곳이나 된다. 외교통상(윤영관 장관-김재섭 차관).행정자치(김두관 장관-김주현 차관).정보통신(진대제 장관-변재일 차관).문화관광부(이창동 장관-오지철 차관) 등이다. 법무부의 경우 강금실 장관은 사시 23회, 정상명 차관 내정자는 사시 17회다.

새 정부 조각에서 뽑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탕평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선 부산.경남 인맥의 약진을 통해 지역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

차관급 이상 공직자들의 경우 출신지로 분석했을 때 김영삼(YS)정부 당시는 영남 대 호남의 비율이 36.7% 대 19.6%였다. 이를 DJ정부에선 26.6% 대 24.6%로 바꿨다.

盧정부는 다시 이 비율을 38.3% 대 23.5%로 바꿔놓았다. 특히 부산.경남 출신의 비율은 DJ정부 당시 7.7%에 불과했으나 盧정부에선 22.1%로 세배로 늘었다.

각종 정치적 현안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권력 운용에 간여하는 이른바 10대 요직(총리, 국정원장, 감사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법무.국방.행자부 장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의 면면을 보면 지역 탕평의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DJ정부에선 이 자리를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종찬 안기부장.박상천 법무부 장관.천용택 국방부 장관 등 대부분 'DJ 사람'으로 채웠다. 호남 출신이 전체 절반인 5명이나 됐다.

하지만 盧정부에선 굳이 분류할 경우 노무현 사람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문희상 비서실장.김두관 행자부 장관 정도다.

지역별 분포도 서울.경기 2명, 영남 2명, 호남 2명, 제주 1명(국정원장.감사원장.검찰총장은 제외)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여기에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 하나는 이른바 '가신그룹'이 盧대통령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盧대통령도 측근 참모들이 있으나 이들은 주로 386 운동권 출신 등으로 아직 장.차관급 인재풀에는 포함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내 사람'을 권부 요직에 직접 보내 개혁을 유도하기보다 해당 부처나 집단 내에서 인재를 발탁하는 인사 스타일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盧정부 초대 내각에서 경기고 출신은 DJ정부 초대 내각 때의 10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대신 차관급 이상 68명 중 7명이 농고.상고 등 실업계 고교 출신이다. 장관급의 경우 김두관(남해종고)행자.김영진(강진농고)농림부 장관과 이영탁(대구상고)국무조정실장이, 차관급에선 윤광웅 비상기획위원장(부산상고)과 김광림 재경차관(안동농고).권오갑 과기차관(고양종고).곽결호 환경차관(부산공고) 등이 실업계 고교 출신이다. 盧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 인사는 尹비상기획위원장 한명이다.

DJ정부 조각 당시 지역적으로 호남에 편중돼 있던 개혁.진보세력의 지평을 비호남 지역으로 확대했다는 점도 盧정부 파워 엘리트군에서 엿볼 수 있는 특징이다.

청와대의 이정우(대구)정책실장.유인태(충북)정무수석.문재인(부산)민정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내각에선 강금실(제주)법무.김두관(경남)행자.이창동(대구)문화.지은희(서울)여성.권기홍(대구)노동부 장관을 꼽을 수 있다.

차관급 인사 18명 중 해당 부처의 기획관리실장 출신이 9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데, 盧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개혁 장관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출신 대학에선 서울대 출신이 35명으로 압도적이다.

박승희.고정애.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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