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겨냥한 깜짝 감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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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현 후보자(左), 문형표 후보자(右)

박근혜 대통령이 60여 일째 공석 중이던 감사원장 후보자에 황찬현(60)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명했다. 또 문형표(57)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종(52)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다음 주 초 검찰총장 후보자를 지명할 전망이다. 추천된 4명의 후보 중에선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앞선 가운데 소병철 법무연수원장도 지명 대상자로 거론된다.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 청와대는 공직기강 확립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적임자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홍보수석도 이날 “황 후보자는 신망과 존경을 받는 강직한 법관이란 평을 받고 있다”며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대우그룹 부실회계 감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외압 논란 속에 사퇴하면서 감사원 조직은 물론 공직사회 전반에 기강 해이가 만연해 있는 만큼 공직기강 확립을 감사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법조인 출신 중에서 감사원장을 발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법원에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안다”며 “당초 후보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지만,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청빈한 법관으로 평가받는 황 후보자가 발탁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 후보자(마산)가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국가의 중추를 이루는 중요 요직이 영남, 특히 부산·경남(PK) 출신들로 채워지게 되는 점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경남 거제),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에 이어 감사원장까지 PK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당장 ‘탕평인사’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총리·비서실장·대법원장에 이어 감사원장까지 모두 영남 출신이 돼 이번에도 지역 안배에 실패한 인사”(이언주 원내대변인)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논란 속에 사퇴한 진영 복지부 장관 후임에 ‘연금 전문가’인 문 후보자를 발탁함으로써 국민연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현 수석은 문 후보자에 대해 “복지부 국민연금 심사 심의위원과 한국사회보장학회장을 역임한 복지·연금 분야의 전문가”란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문 후보자는 연금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너무 학자 스타일이라 야당의 공세에 잘 대응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연구원 출신이다. 문 후보자가 합류할 경우 연구원 출신 장관은 6명으로 늘어나게 돼 ‘연구원 내각’이란 얘기도 나온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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