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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의 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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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문 대 정부」의 법률 투쟁에서 으례 적용되는 금과옥조가 있다. 미국의 대법관 「올리버·웬들·홈즈」가 남겨 놓은 판결문의 1절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the clear and present danger)-.
이 간결문은 1919년 「스켕크」사건 (Schenck v. US 249 US47)에서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스켕크」는 미국 사회당 서기장으로서 반전적인 징병 방해의 문서를 인쇄 배포 했었다. 미국 정부는 방첩법을 적용, 결국 유죄 선고를 했다. 이때에 「홈즈」판사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신문이나 출판물이 국가의 안위에 관한 사실을 발표할 때, 정부는 일단 반발한다. 결국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흠즈」판사의 판례에 준하는 필요하고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느냐, 못 되느냐에 따라 재판은 승부가 가려지게 마련이다.
현대법에서 이와 같은 시비는 대개 미국의 판례를 존중하는 경향이다. 「홈즈」의 원칙은 제l차 세계 대전 이후 대체로 언론 자유나 신문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는 기도에 대한 타당성을 결정할 경우 기초가 되어왔다.
이번 NYT지와 WP지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승소 판결도 말하자면 「홈즈」판결의 전통에 뿌리를 펴고 있는 것 같다. 판결문에서 『정부는 문제의 문언 게재를 금지시킬 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신문 측의 승소 판결은 너무도 당언하고 의젓한 일이다.
이번 NYT지와 WP지 사건이 유달리 일본이나 우리 나라에서 신문마다 대서 특필된 것은 인상적이다. 그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에 동조하는 잠재 심리의 작용도 없지 않았을 것 같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적 언론 자유에 대한 향수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사실은 「유럽」계 신문에서 비교적 그 사건을 조그맣게 취급한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유럽」계통에서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는 미국보다는 더러 소극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의 침해와는 엄연히 구별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적어도「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중요한 국가적 비밀은 「엠바고 (시한부 단서)와 함께 미리 소상하게 「브리핑」하여 사태에 대한 명석한 판단을 유도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그 약속이 깨어졌을 때에 언론을 제재하는 법률이 있다. 이것은 다분히 이성적인 조치인 것 같다. 미국의 경우는 이보다는 더러 감정적이다.
『전국민적인 쟁점에 대한 공개적 논쟁과 토론은 국가의 건강을 위해 절대적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문의 1절은 유일한 좋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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