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분위기는「코너」감각에|실례로 살펴본 처리법|공일곤<건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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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택 내부에서「코너」(모퉁이)를 애용해서 실내 장식을 한다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방안 한쪽구석이 좀 들어가 있으니까 경대나 책장을 갖다 놓음으로써 허전함을 막자는 의미일 것이다. 즉 바꾸어 말하면 쓸데없이 모퉁이가 진 구석을 도리어 쓸모 있게 바꾸어 보자는 말인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만일 방안이나 건물 주변 (외관) 혹은 도시 전체가 모퉁이가 없이 깨끗하고 넓은 면으로만 되어있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황량하고 처량한가.
거기에는 햇빛에 의한 음영이 없고 그늘진 안식처가 없어질 것이다. 낮잠은 어디에서 자며 가장 중요한 사랑의 밀어는 어디서 나눌 것인가.
실제로 모든 동·식물에도 음양이 있듯이 무생물에서도 요철의 현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즉 건물 내부에서 모퉁이가 생기는 것은 사람에게는 자연스런 형태로 느껴지고 그것은 그 건물에 생명을 주는 한 요소가 됨을 알수 있다. 깨끗하고 큰 벽면보다는 어느 일부분에 요철이 생겨서 꽃병을 놓든 가 혹은 장난감 상자를 밀어 넣어 둔다면 훨씬 친근감이 느껴질 것이다. 밝은 면에 대해서 요철에 의한 음영은 생동감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은 무의미한 면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본능적으로 대립된다. 그러한 면은 추장 화나 초현실파 그림에서나 존재할 것이 아닌가.
실체로 네모 반듯하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방안에 들어선 사람은 당장 벽에 그림을 걸든 가 벽에 붙여서 책상을 놓는다든 가 하여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는 모퉁이가 주는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다.
왜 쓸모 없는 모퉁이라고 하는가. 그 조그만 모퉁이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공상을 일으켜 주는지 어떻게 해서 아름다운 모퉁이를 만들까 하는 것은 모든 건축가들의 중요한 실제 파경중의 하나이다. 모퉁이를 이용한다는 말보다는 도리어 모퉁이를 살리고 만들어낸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퉁이는 잘못해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고 좀더 뚜렷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퉁이가 많은 집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가.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모퉁이를 없애 버리든 가 마지못해 이용한다는 것이 아니고 모퉁이를 창조하는 의미에서 모퉁이를 다룬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모퉁이는 매우 개성적인 것이다. 어느 모퉁이를 처리함에는 객관적인(보편적인) 방법보다는 주관적인 처리가 더 우세하다.
모퉁이를, 실제적으로 처리함에는 실질적인 사용 가치만을 가지고 마지는 것이 아니고 조형의 원칙인 비례·평형·대비·색채 혹은 경험에 의한 음영 효과 등을 똑같이 생각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본다.
벽면처리는 대단히 세련된 감을 주고 있다.
얼 핏 보기에「코너」답지 않은「코너」다. 즉 네모 반듯한 방이라도 가구나 간단한 부착물 놓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아름다운 개성적인「코너」를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구를 배치한다는 것은 바로 모퉁이를 만든다는 말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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