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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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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25 총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신민당이 대거 진출한 것.
신민당은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대도시들 석권하고 중소도시와 지방에서까지 대거진출, 25일 상오 현재 전국구까지 합치면 2백4석중 90석 이상 확보는 무난할 것 같다. 야당세가 비교적 강했다는 4대 국회에서의 민주당이 2백33의석중 79석을 차지한 것과 6대와 7대 국회에서 1백75석중 제1야당이 41석과 45석을 차지했던 것을 비교하면 괄목할 진출이다.

<영·호남서의 야당세 회복>
이로써 신민당은 그들이 목표한 「호헌선」(69석)을 훨씬 상회하게 됐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야당이 진출하고 여당이 퇴조했지만 그중에서도 영남과 호남 등 남부 야당세와 특히 호남의 야당세가 두드러진다. 67년 선거에서 공화당 일색이었던 전북은 공화 6, 신민 6으로 바뀌었으며 전남은 16대3에서 14대8로, 경북은 18대2에서 14대9로, 경남은 14대1에서 8대10으로 색깔을 바꾸었다.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중부지방에서도 각도별로 1명에서 3명 정도씩 야당의석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야 표세 5·3대 4·7>
이런 가운데도 전통적인 대도시의 야당세는 그대로 견지돼 서울은 18대1, 부산은 7대1, 대구 4대1, 광주 2대0으로 야당이 일방적으로 「리드」를 잡고있다.
다만 67년 선거에서 야도였던 인천은 3개 지역중 2개 지역에서 공화당이 우세하고 대전은 2개 지역중 을구는 공화당이 우세하나 갑구는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야당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도시지역에서 강하고 지방에서 약하다는 전통적인 「여촌야도」현상은 그대로 남아 있다.
26일 상오 현재 단독선거구이상의 12개 도시지역구 45개구중 신민당은 38개 지구에서 우세, 승세지역 70개 가량의 반 이상을 전국지역구의 3분의1도 못되는 이 도시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남해같은 특이한 몇몇 지구를 제외하고는 여야 승패간에 표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67년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6대4강으로 신민당을 눌렀으나 상오까지의 개표결과로는 5·3대4·7로 공화당의 우세 폭이 줄었다.

<공화의 종반자제 효과과잉>
이러한 결과는 전국구 배분에 반영돼 전국구 51석은 공화 27석, 신민 24석으로 나뉠 것 같다.
군소정당이 거의 전멸되다시피 했던 6·8선거의 현상은 5·25 총선에도 그대로 지속됐다. 군소후보 가운데는 예천의 조재봉(국민당) 후보와 김포-강화의 김재춘(민중) 후보만이 우세를 보였고 구례-광양의 이현재(국민)씨, 삼척의 김우영씨(국민)씨가 경쟁권에 들었다.
비록 과반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야당이 5·25 총선에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호조를 보인 것은 국민들의 집권당 견제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공화당의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는 종반의 자제가 과잉효력을 낸데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선거결과는 4·27 대통령선거에서 일었던 야당 「붐」이 여야의 선거운동의 치밀성에 관계없이 비교적 그대로 5·25 총선에 반영된 듯하다.
비교적 빡빡하게 자평을 한다는 공화당 간부들의 예상 이상으로 공화당 후보가 고전한 것이다.
공화당은 선거운동 종반에 접어들어 6·8선거때 같은 과다의석을 우려, 지역에 대한 자금 등 각종지원을 줄이고 지역구후보들의 과열로 후유증이 나지 않도록 지도반을 파견했다. 그 외에도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영남지역의 몇 개 지역에는 여당을 돕지 않는 「역정책 지구」를 두기까지 했던 것.

<견제심리 진산 파동 커버>
유권자들의 견제심리 외에 ①공화당의 압승오판 ②많은 현역 낙천지역에서 예상 이상의 강한 반발 ③4·27 선거에서의 야당 「붐」④영남대도시에서의 야당세 회복 등이 공화당 고전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 같다.
신민당의 「진산 파동」으로 인한 황금같은 시간의 허비는 선거운동과 국민의 야당에 대한 기대감에 상처를 주었으나 국민들의 강한 집권당 견제의식은 이 손상을 어느 정도 커버해 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큰 진출은 야당의 업적이나 행태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국민들의 집권당에 대한 강한 견제의식과 「젊은 야당」에 대한 장래의 기대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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