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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안고치고 할 수 있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까지 35개 지역구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게 되는 박정희 공화당 총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날로 유세를 끝낼 계획.
당 사무국은 당초 박 총재가 60여개 지구를 돌도록 계획을 짰었으나 선거구 사정, 교통 등을 감안하여 거의 반으로 줄였고 이 때문에 당 사무국엔 총재가 올 것을 기대했던 일부 지구당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편 박 총재는 19일 평택 유세에서 어느 때보다도 격한 어조로 야당을 공격, 『투표할 때, 개표할 때 가만히 있다가 투·개표가 다 끝나고 자기네들이 패한 것이 확인되자 원천적인 부정이라고 생떼를 쓴다.』『그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극한 투쟁이란 말은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는 것을 뜻하는데 야당 사람, 투쟁하다 죽은 것 보았소?』『표를 얻겠다고 예비군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박 총재는 유세가 끝난 후 한 할머니가 쓰곤 있던 고깔 모자를 써보기도 했으며 한 촌 노가 『청와대 구경 좀 시켜달라』고 하자 『최 후보와 함께 오라』고 즉석 초청도.
신민당 중앙당은 진산 파동의 여파로 어수선한 분위기로 당 사무국의 활동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사무국 중 가장 중요한 자리를 맡았던 정규헌 조직 국장은 지난 6일 밤의 진산 파동이래 중앙당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다가 최근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진산계이면서 전국구 공천에서 탈락된 채규희 총무부국장 등 일부 국장급도 발길이 뜸해진 형편. 또 지역구 후보 지원 유세 일정도 중앙당에서 일괄해서 마련치 못했기 때문에 각 지역구 후보자들이 요청하는 유세 요청에 대해서도 『인근 후보들끼리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할 정도.
신민당은 당초 한 지구당에 2백만원 이상을 선거 자금으로 내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아직껏 50만원 정도 밖에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한테서 개헌 얘기를 듣고 싶소?』.
길재호 공화당 사무 총장은 선거 제도 개혁 구상을 밝힌 속리산 발언의 진의를 묻는 말에 『헌법에는 손도 안낼 것이며 개헌과는 관계도 없는 일』이라고 해명.
길 총장은 선거 제도 개혁 문제에는 정계 개편 문제가 붙어 다니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총재의 영도력이 강력한 정당으로서는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 『야당이 패배를 깨끗하게 받아들인다면 박 대통령께서도 재야 인사의 등용 등에 생각을 그쳐 갖게 될는지도 모른다』고 정계 개편 의미의 폭을 줄여서 응수 선거 제도 개혁론이 개헌이나 정계 개편 문제와 연결되어 해석되고 있는데에 몹시 신경을 쓴 그는 『75년 이후에는 대통령 후보의 TV 대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자꾸 얘기를 좁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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