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이용한 통화 스와프 잇따라 … 달러 의존 줄이고 원화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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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가 원화를 활용한 통화 스와프를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그동안 외환위기에 대비해 미국·일본과 달러화를 매개로 비상자금을 주고받는 통화 스와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원화를 활용한 통화 스와프는 이례적이다. 미 달러화 대신 원화가 국제 무대에서 활용된다는 점에서 원화의 국제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와 연쇄적으로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나라별 규모는 인도네시아 10조7000억원(100억 달러), UAE 5조8000억원(54억 달러), 말레이시아 5조원(47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들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는 달러화 필요 없이 서로 자국 통화로 교환하는 LC(Local currency) 통화 스와프 방식이어서 주목을 끈다. LC 통화 스와프는 한국-인도네시아 간에는 원화-루피아화를 맞바꾸고, 한국-말레이시아 간에는 원화-링깃화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UAE와는 원화-디르함화와 맞바꾼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자국 통화 간 교환이어서 달러화 유동성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은성수 기재부 국제금융관리관은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데다 동남아 국가와는 무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직접 자국 통화로 스와프 협정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UAE와는 석유 수입에 필요한 결제용으로 쓸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통화 스와프의 매개 수단이 기축통화인 달러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주요 신흥국들이 달러화 의존도를 줄여야 나라 밖에서 밀려오는 외환위기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판을 확대해 온 것이다. 그동안 신흥국은 위기 때마다 달러화 유동성 부족을 겪어 왔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과 원·위안 56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일본과는 통화스와프 규모가 한때 700억 달러에 달했으나 지금은 미 달러화와 원·엔 통화스와프를 합쳐 1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남에 따라 미국과는 통화 스와프가 해소된 상태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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