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볕 드는 대체에너지·물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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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풍력·태양열·바이오 같은 전 세계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과 수자원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일명 대체에너지 펀드와 물 펀드는 지난 2007년 이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속속 등장했다.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 반짝 인기를 누리던 두 펀드는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수익률이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대체에너지와 물 관련 산업은 국가 정책에 영향을 받는데, 경기 침체로 대다수 국가들이 관련 투자를 줄인 까닭이다. 결국 두 펀드는 시장에서 한동안 변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은 있는 법.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다시금 관련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오랜만에 이 두 펀드 수익률에도 볕이 들었다. 지난 18일 기준 연초 이후 친환경 펀드 평균 수익률이 14.82%에 달할 정도다. 특히 알파에셋자산운용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펀드’는 1년 수익률이 70%를 넘었다. 물 펀드 중에서는 한화자산운용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펀드’의 1년 수익률이 24.26%로 제일 높았다.

 친환경 펀드가 보유한 종목은 대개 미국·중국·일본 국적의 글로벌 환경 관련 기업이나 이들 종목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다. 국내 주식 중엔 알파에셋투모로우 펀드가 보유한 에스에너지·동국S&C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펀드들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주도하는 환경 관련 투자가 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 김현엽 상품개발부장은 “지난 몇 년간 친환경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세계 각국이 환경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수익률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투자 움직임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각종 환경오염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제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대체에너지 확대와 수질개선 등을 위해 약 9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립 프로젝트인 메가 솔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앞으로 자국 내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2050년까지 대체에너지로 전력을 100% 자급자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급성장하는 셰일가스 생산과 관련해서도 이동 탈수기·수처리 시스템 등 물 관련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 8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대체에너지 산업을 독려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의무보급량은 1.2GW에서 2015년 1.5GW까지 확대하고, 현재 20%인 공공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설치 비율도 2020년까지 30%로 늘리기로 했다.

 물론 친환경 펀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공급과잉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정부 정책에 기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기업들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수익률에 또다시 진통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태양광 산업의 경우 전체 설비 중 30~40%가 놀리는 설비일 정도로 공급이 넘치고 있다.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도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허필석 주식투자부문 대표는 “펀드 내 편입된 주식이 대부분 해외 주식이라 해당 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안투자 성격으로 전체 펀드 자산의 10% 이내로 투자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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