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야식을 잡으면 소아비만을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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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성인비만치료에서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마지막 식사시간이다. 우리 진료실에서 비만으로 치료받는 성인들 두명 중 한명은 야식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야식습관은 소아비만 아동들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야식이 심야의 TV시청이나 인터넷 사용, 그리고 늦게 잠들기와 결합되면 소아비만치료는 물론이고 키성장이나 학습능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소아비만을 조절하기 위해 반드시 야식을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야식을 막기 위해서 집중해야 할 일은 아이가 야식을 먹지 않도록 집안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일단 냉장고와 음식 수납장에서 라면이나 우동, 만두 등의 즉석요리나 과자, 음료들을 모두 치워라.

소아비만치료는 3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을 정해놓는다. 다이어트 기간이 짧아도 무리가 생기고, 너무 길어지면 훈련자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개월정도의 습관교정을 거쳐야 변화된 습관이 몸에 배게 마련이다. 따라서 3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이 적당한데, 이 3개월 동안에는 야식거리가 될 만한 음식을 집안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 좋다. 야식꺼리가 될만한 음식을 집안에 들여놓아 괜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아야 음식 참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야식에 대처하는 두 번째 방법은 아이를 최대한 일찍 재우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진행중이라면 적어도 10시 전에는 재워라. 저녁을 먹고 몇 시간이 지나고, 또 10시가 넘으면 몸속에서는 식욕을 땡기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서서히 활동하기 시작한다. 12시가 넘도록 깨어 있으면 식욕호르몬 그렐린이 만들어내는 식욕을 주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야식에 대처하는 세 번째 방법은 건강한 포만감을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배고픔을 상당히 줄여준다. 야채나 나물의 섭취량을 늘리고, 밥이나 각종 탄수화물, 육류의 섭취는 줄여 건강한 포만감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자.

식욕에 대처하는 네번째 방법은 입맛의 소독이다. 건강한 입맛은 야식본능을 잠재운다. 저녁식사 후에는 곧장 양치질을 하고 한 시간 이후부터는 물을 자주 마시도록 권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배고픔을 잊을 수 있다. TV나 인터넷 게임 등이 식욕을 자극할 수 있으니, 가급적 독서나 산책과 같은 식욕조절력을 높일 수 있는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다. 지나친 학습이나 부모와의 갈등도 식욕을 자극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잘 통제해야 한다.

가끔 아이가 너무 배가 고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두려워말고 달콤한 과일 등의 간식으로 배고픔을 해소시켜 준다. 물론 과일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간식의 양이 사과 1개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과나 배, 감, 귤, 바나나 같은 과일이나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와 같은 야채나 곡물을 이용해 아이의 배고픔을 달래준다. 간혹 아이가 이런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래서는 안 된다. 한 번의 허용이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과일로 극심한 배고픔을 달랬다면 이후에는 역시 1시간 이내 아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한다.

야식먹는 습관을 바로 잡으면 소아비만은 물론 성인비만으로 갈수 있는 핵심적인 길목을 하나 차단한 셈이다. 반드시 올해가 가기전에 시도해 볼 과제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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