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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서 인니로|전기에선 한국의 동남아 경기 (상)|월남 경기의 퇴조|이종호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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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남전의 월남화」 정책 때문에 월남 경기가 퇴조되면서 한국의 동남아 경기는 그 주된 발판을 월남에서 인도로 옮겨가는 전환기적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의 월남 경기를 결산하고 새로이 각광받는 인도의 경제 현황 및 한·인도 협력의 전망을 현지 취재를 통해 타진해 보면. <편집자 주>
65년의 국군 파월 이후 지금까지 약 8억불의 외화 수입을 올리고 한진 상사 등의 재벌 급 업체까지 탄생시켰던 월남 시장이 「월남전의 월남화」계획에 따라 70년 말을 고비로 급격히 사양화하고 있다.
68년에 평균 1만5천5백명을 넘어 섰던 인력 진출은 최근 6천명 이하로 줄어들고 작년만 해도 대월 외화 수입이 1억8천6백50만불을 기록, 당초 목표 (1억4천8백만불) 보다 3천8백50만불을 초과했으나 금년엔 1억3천5백만불로 낮추어 책정한 목표마저 채울 수 없어 가능한 수준을 1억1천만불대로 추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PA&E·「빈넬」·「필코·포드」등 외국계 회사들의 감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대부분 금년 6월말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한국계 회사들은 작업량 감소로 계약 연장이나 새 계약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축전과 미군 철수에 따른 작업량의 감퇴도 문제지만, 월남화 계획이 군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병행,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월남 정부는 내국인 고용 증대 책으로 제삼국에 대한 신규 노동 허가 발급 억제, 노동 허가 및 체재 허가 연장 불허, 체재 기간 만료 자에 대한 단속 강화, 고용주에 대한 월남인 고용 촉구 등 외국인의 진출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측에서도 이러한 월남 정부의 정책에 동조, 경우에 따라서는 제삼국인 업체와 수의 계약으로 작업 연장 조치를 취해 주던 것을 금년부터는 모두 공개 경쟁 입찰로 전환, 월남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전망은 전쟁 특수와 관련된 용역 분야에 대거 참여중인 우리 나라의 진출 양태에 비추어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우리 나라는 수출 3, 용역 44, 건설 12, 기타 (외환 은행·의료단·농업 기술단·재보 공사 등) 5개 등 64개 업체가 현업에 종사, 69년보다 14개 업체가 줄긴 했지만, 68년 수준 (59개 업체)을 상회하고 있다. 44개 용역 회사들은 항만 하역 및 육상 수송 2, 세탁 5, 군복 수리 및 자수 4, 사진 현상 10, 기타 23의 분포이며 전쟁 특수와 직결된 이들 업체들의 외화 송금은 대월 외화 수입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해 왔다.
66년 이후의 부문별 외화 송금 실적에 따르면 물품 군납을 포함한 상품 수출이 2억80만불, 용역 군납 1억9천7백40만불, 건설 3천8백60만불, 근로자 임금 (외국계 업체 취업분) 1억6천20만불, 기타 (의료단·농업 기술단 봉급 및 보험료와 운송금) 1억6천60만불로 전쟁과 관련한 외화 획득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도 인력 진출에 의한 노임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전과 월남화 계획에 따른 경제적 측면의 타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남은 길은 상품 수출과 재건 계획에 따른 건설 분야 및 월남인이 참여할 수 없는 특수 기술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 분야 역시 도로 공사·월남군 막사 건축, 주월 「유세이드」가 벌이는 학교·병원·공공시설·재건 사업 등에 참여할 길이 있긴 하나 RMK 등 미국계 회사들이 군수의 후퇴로 「유세이드」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어 심한 경합이 예상되고 있다.
또 상품 수출은 외화 사건 악화를 예상한 월남 정부의 수입 억제 조치가 강화될 전망인데다 물품 군납의 감퇴로 70년 수준 이상의 신장은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전쟁 특수에 따른 호경기 때문에 5년간 수많은 업체가 진출했었으나 일반 상품 수출에는 눈을 돌리지 않아 이미 시장을 일본에 거의 독점 당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닉슨·독트린」이 발표되면서 급격히 감퇴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월 외화 수입이 70년에는 1억8천만불 이상에 달해 한때 심각하게 다루었던 「포스트·베트남」 문제가 잠잠해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나 사실은 금년 6월로 월남 경기의 후유증이 더 크게 국내에 파급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진출 업체가 6월말로 계약이 끝나고 취업자가 70년 중에 6천여명이나 감원, 반감된 것으로 볼 때 최소한 작년 추세가 유지된다해도 금년 말에는 3천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작업량 감퇴로 노동력에 잉여가 생기자 시간외 근무 수당을 줄이고 기본 임금을 낮추며 임금 일부를 월남 화폐로 지급하기 시작, 1인당 송금액 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5년 동안 인력 진출에 따른 인명 손실이 2백여명에 달했으나 그대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무역과 외화 수입을 증대시켜 외환 위기를 모면케 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취업 기회를 늘려 실업자를 감축시키는 한편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외화 수입의 감퇴, 귀국하는 인력의 처리 문제 등 후유증을 해결해야할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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