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훨씬 낫죠. 그쪽엔 국가대표도 많잖아요."(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사진(下))
상대를 치켜세우는 말이 아니다. '이길 수 있다'는 일종의 시위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선두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양팀 사령탑 간의 장외 설전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3일 시즌 3차전을 앞두고 두 감독은 또 설전을 벌였다.
신 감독은 예상을 묻는 기자들에게 "현대가 낫다"고 했다. "한 2~3년은 해먹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속내는 '홈에서 멋지게 깨뜨려 주마'란 뜻이 담긴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 감독도 즉시 "국가대표가 즐비한 팀이니 우릴 한번 이겨 보라"고 응수했다.
1955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두 감독은 원년 리그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경기장 밖에서도 곧잘 상대를 향해 '독설 강타'를 날리기 일쑤다. 다혈질인 김호철 감독이 먼저 공격하는 편이지만, 신치용 감독도 지지 않는다. 이날 3-2로 역전승한 뒤 김호철 감독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배구는 먼저 두 세트를 딴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누가 세 세트를 따느냐가 중요하다."(김호철)
"(선수들이) 늙어서 서럽다. 3세트가 지나면 주전들 힘이 부친다. 뒤를 받쳐 줄 선수들도 없다."(신치용)
"몇 달 전만 해도 우리가 역전패한 게 몇 차례인데, 그 사이 체력이 바닥났단 말이냐."(김호철)
"현대의 '베스트 6'인 권영민.이선규.박철우.장영기.윤봉우는 다 작고한 송만덕 전 감독이 데려다 키운 선수들이다."(신치용)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신경전이다.
두 감독은 지난달 대전 대회 때도 한마디씩 했다. 신 감독이 "작전은 별 차이가 없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하자 김 감독은 "선수들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 승패는 감독의 몫"이라고 맞받아쳤다.
현대와 삼성은 오는 9일 인천에서 사실상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고 최종전을 펼친다.
신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