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량상품추방은 생산단계서 품질관리에 눈뜨는 업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외국에선 일류생산업체라면 으례 우수하고도 고른 품질의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널리 보급시키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 나라에서는 불량품전시회에 일류회사의 상품이 많이 낄 정도로 품질관리를 도외시하고있다. 그뿐 아니라 가격도 원가의 몇 배로 매겨 폭리를 취하는 업체가 꽤 많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엔 우리 나라에서도 품질관리(퀄리티·컨트롤=QC)에 대한 인식이 차츰 깊어져 가는 경향이 생기고있다. 사단법인 한국품질관리학회(회장 박승엽씨)의 QC「서클」본부 주최로 7일과 8일 양일간 여성회관에서 열린 제1회 전국QC「서클」 발표대회 같은 것도 그러한 경향의 일단이라 하겠다.
전공장이 완전히 「오토메이션」화한다면 「콤퓨터」와 자동기계의 협조로 고른 품질의 상품을 대량 만들어낼 수가 있다. 외국에선 일부공장에서 완전에 가까운 「오토메이션」화가 실용성을 증명하게까지 됐다. 그러나 외국의 대부분의 공장은 고도로 「오토메이션」화한 경우에도 사람이 상품의 품질관리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있다.
따라서 대부분이 「오토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우리 나라 공업계에서 위로는 최고경영자로부터 아래는 기능공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에 온정신을 쏟지 않는다면 우수한 상품을 만들 도리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번 발표대회식사에서 박승엽 회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나라만큼 불량품이 많은 나라도 별로 없을 정도로 각 부문에서 불량품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중진공업국을 지향하고 있고 이미 연수출고가 10억불을 돌파하기는 했지만 각 생산업체에서 품질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진정한 공업국이 되기는 어렵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있다.
그렇긴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품질관리에 철저해야만 회사의 발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품질관리학회와 몇몇 소수 QC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우선은 경영층이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실감으로 인식하되 현장의 일선기술진이 특히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듯한 생산회사를 골라 QC「서클」을 조직하게 해서 현실적으로 품질관리를 위한 활동을 벌이게 했다.
그렇게 해서 최근 2, 3년간에 72개 「서클」이 만들어지게 됐다. 어떤 생산회사든 한 상품을 만들려면 여러 공정의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여러 공정마다 시설이 다르고 정해진 인원(기술자, 기술공, 기능공)이 있게 마련이다. QC「서클」은 대개 한 공정단위의 인원들로 구성되고 거기에 「리더」가 정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주야 3교대작업을 하는 경우엔 3반으로 나눠 각반에 반장이 정해지고 다시 3개반을 지도하는 「리더」들(2, 3명)이 정해져서 「서클」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서클」활동을 하는데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예를들면 일본의 「이시까와」씨(석천형)의 10원칙이란 것은 다음과 같다.
①현장을 중심으로 해서 「서클」을 편성한다. ②전원참가로 자주적·자발적으로 활용한다. ③현장책임자의 「리더쉽」을 높여서 관리능력을 강하게 한다. ④배움을 잊지 말라. ⑤전원이 자유로이 발언할 수 있는 「무드」를 만든다. ⑥「QC서클」 활동을 항상 끈질기게, 끈기 있게 권한다. ⑦사내QC 「서클」대회를 개최한다. ⑧각 개인에게 품질관리서적(예를 들면 현장과 QC)을 구독케 한다. ⑨QC「서클」은 QC「서클」 본부에 등록한다. ⑩QC「서클」발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실력을 배양한다. 이번에는 처음이라 그런지 겨우 4개회사의 7개 「서클]이 「서클」 활동체험담을 발표했다.
즉 동양합철주식회사 울산공장의 중합개선회에서는 조합사고방지에 대한 품질관리활동결과 종전보다 사고율을 10분의l로 줄이는 등 많은 성과를 보였고 역시 동공장의 공우회에서는 원심 「펌프」의 고장원인분석에 노력해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충북 「시멘트」공업회사의 「4∼2서클」에서는 예열 「히터」하부로 누출된 먼지량 감소작업에서 역시 동회사 「5∼1서클」서는 용석리채석장 「트리퍼」자동운전장치에 대한 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태평양화학공업회사의 희망 「서클」에선 「아모레·하이톤·펄스킨」 선대작업 개선에 대한 체험을 발표했고 동회사의 물망초 「서클」에선 「마스카라」철형온도조절기 및 받침대개선에 대한 경험을 피력했다. 끝에 가서 동보조명공업회사의 기술「서클」이 형광「램프」의 불량감소에 대한 「서클」활동성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처음인 발표대회라 규모가 좀 빈약했고 발표자들이 너무 활동성과의 좋은 점만을 나열한 감이 있고 성과의 경제성을 숫자적으로 측정하지 못했고 회사 내에서의 애로점을 숨긴 것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대로 품질관리를 위한 열의는 대단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에 따른 성과가 회사에서 크게 인정됐다는 것으로 미뤄 앞으로 잘만하면 우리 나라에서도 QC「서클」활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