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드먼의 인터뷰가 남긴 교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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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02면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먼(52)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호화판 생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먼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의심스러운 로드먼이 떠벌리는 김정은의 사치 행각이 우리 민족을 국제사회의 조롱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얼굴 곳곳에 피어싱을 하고, 각종 엽기행각으로 유명한 로드먼이 김정은의 초청을 받고 방북한 뒤 마치 북한 전문가인 것처럼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 로드먼은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에게서 환대를 받았다. 로드먼은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7일간의 일정 대부분을 김정은의 섬에서 음주 파티와 제트스키, 승마 등을 즐기며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섬은 김 위원장만 이용하는 장소였지만 하와이나 스페인 이비자 섬 이상으로 대단했다”며 “길이 60m의 대형 요트와 수십 대의 제트스키, 마구간에 가득한 말 등 부족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모든 시설은 7성급이었으며, 세계 최고의 거부(巨富)도 김정은의 생활을 본다면 놀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100만 명 넘는 주민들이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30대 초반의 최고 권력자가 농구 스타를 불러들여 향응을 벌인 것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해석할까. 로드먼이 단 두 차례의 방북 경험을 바탕으로 진지한 고려 없이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민족적 자긍심이 유린되는 것 같다. 김정은의 소아적 취향을 위해 매년 수천만 달러가 낭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7성급’이니 ‘세계 최고의 거부도 놀랄 것’이라는 로드먼의 황당 발언에 말문을 닫게 된다.

김정은의 제왕과 다름없는 호화판 생활과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참상을 뻔히 알면서도 로드먼의 발언에 무감각한 국내 종북세력의 태도 역시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물론 그런 사치생활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화된 2010년 9월 이후 별장을 신축 또는 증축해 북한 전역에 33개의 호화 별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고급 요트와 제트스키를 즐길 수 있는 선착장이 설치돼 있고 각종 고급 소비재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김정은이 일어나 문을 나서면 형제자매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기립해 박수를 친다”는 로드먼의 주장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북한 체제와 독재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기생하고 있다. 로드먼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 민족의 자존감을 세웠으면 한다. 이제라도 김정은 체제 바로보기를 할 때다. 인권과 민주를 외면하는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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