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발레 남녀' 재미? 맡겨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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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걸씨(오른쪽)와 김지영씨는 “외국 진출 후 한 때 힘들었지만 지금은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한국 발레사에서 1998년은 기억될 만한 해다. 발레리노 김용걸이 후배 발레리나 김지영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는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듀엣 부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쾌거'는 당시 국립발레단의 '스타무용수 시스템'과 맞물려 어려운 예술, 발레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부추겼다. 하지만 김용걸씨가 2000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서는 무대는 볼 수 없었다. 김지영씨도 2002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때문에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해적'은 발레 팬들에게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용걸(32).김지영(27) 두 사람이 5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총 7회 공연 중 두 사람이 출연하는 14.16일 저녁 공연은 R석 500여 석이 지난 주말 일찌감치 매진됐다.

그런 관심을 의식한 때문인지 3일 오후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조금 긴장된 표정이었다. 해적 두목 콘라드(김용걸)와 노예 소녀 메도라(김지영)가 해적들의 은신처인 동굴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을 연습하며 뜻대로 되지 않는 동작들을 몇차례씩 반복했다. 금세 연습복이 땀에 젖었다.

함께 공연하는 소감을 묻자 김지영씨는 "오빠가 떠나고 나서 파트너를 바꿔가며 공연했지만 어딘가 붕 뜬 듯한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김용걸씨는 "과연 옛날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해서 지영이 허리를 돌리고, 들어올릴 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2~3일 지나고 나니 감각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옛 느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김용걸씨는 "솜씨좋은 옛 소매치기 파트너를 만나 연습하다 보니 감이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김용걸씨는 '해적'을 스펙타클하면서도 극적 요소가 많아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앉아만 계시면 우리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번 '귀향'을 사실 금의환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김용걸씨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조역도 맡고 군무도 하는 드미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남았다면 그는 주역을 도맡았을 것이다. 김지영씨는 외국 진출 직후 부상해 재활에 매달려 왔다. 때문에 큰 무대를 통해 고국팬들을 만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7만원. 02-587-6181.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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