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인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인관계」의 긴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생애에서 고교생 시절은 그 긴장도가 가장 높이 올라가는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형성의 바탕이 완성되기 시작한 그들은 가족·친구· 교사·이성의 「인격」을 바라보는 눈을 뜨고, 개인의 특성이 인간관계에서 미치는 미묘한 작용에 신경을 쓰게된다.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싶다』는 어린 시절의 본능이 계속 되고, 한편으로는 『내 인격에 어떤 결함이 있어 인기를 못 얻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을 갖기도 한다.
그들은 주위에 비치는 자신의 인상을 알고싶어 갈팡질팡하고, 때로는 성격을 위장하며 피로를 느끼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 무렵은 일생을 통해 가장 참다운 친구를 사귀어둘 필요가 있는 시절이기도 하므로 좋은 친구를 사귀는데 알맞은 특성을 일러주는 지도가 따라야한다』고 E여고「카운슬러」 최종옥 씨는 말한다.
E여고는 2학년 학생 3백 명을 상대로「좋은 친구·싫은 친구」에 대한 설문을 돌리고 대답을 정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어떤 친구를 좋아지게 만든 이유로는 ①친절하고 이해심이 깊다(24%) ②솔직하고 꾸밈이 없다(23%) ③명랑하고「유머」가 있다(14%) ④취미가 비슷하다(10%) ⑤상식이 많다(9%) 등을 들고있다. 공부를 잘한다든가, 인상이 좋다든가, 집안이 좋다는 것 등은 인기의 조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친구가 싫어지는 이유로는 ①이기적이다(20%) ②자기 과시를 한다(18%) ③사람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14%) ④남의 단점을 용서 안 한다(11%) ⑤예의가 없고 경솔하다(10%) 등을 들고 있는데 이런 모든 특성은 제거할 필요가 있는 성격들이면서도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수가 많다. 『어떤 반에서 가장 싫은 아이로 많이 적혀진 장본인도 어떤 친구가 싫은 이유로 똑같은 점을 들고있다』고 말한 최종옥 씨는『가정에서 자녀들의 특성을 살펴보며 사교를 위한 특별한 노력 대신 성격을 원만하게 길러야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 주라』고 부탁한다. 같은 조사에서「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성격 결함으로 친구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가 58%로 첫째이고 『공부를 못해 열등감이 있다』는 25%로 둘째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이 무렵 가장 자연스럽게 또 강렬 하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E대 부속 고등학교 안진식 씨가 서울 시내 고교생 7백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71%가 『우리에게 남녀 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필요한 이유로는 남녀는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교제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장차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고 정서를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을 들고있다.
교제의 정도로는 『동성 친구와 같은 친구로 지낸다』가 55%로 가장 많지만 『장래까지 약속한다』(4%) 『장래 약속은 안 해도 동성 친구보다는 가깝게 지낸다』(14%)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교제를 하고 있는 학생은 31%이며 알게된 동기로는「클럽」에서(31%), 친구 소개로(30%), 집안끼리 알고 지내다가(18%), 남녀공학이므로(14%) 등을 들고있다.
상대는 다른 고등학교 학생이 60%, 같은 고등학교 학생이 30%이다. 이성 교제로 학업에 지장이 없다는 학생은 59%, 있다는 학생은 41%이며, 고민되는 일이 없다는 학생은 52%, 고민이 있다는 학생은 48%이다. 부모님께는 64%가 알렸고, 36%가 안 알렸으며 72%는 의논할 상대가 있다고 말하고, 28%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남녀 고교생의 교외「클럽」을 한 고교 교사는 70개로 잡고 있는데, 서울시 교위는 3년 전 『교외「클럽」은 물의가 많으므로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물론 막아야할 목적 없는 「클럽」도 많다. 그러나 막지 못할 땐 인정하고 의견을 듣고 지도해줘야 한다』고 고교「카운슬러」는 의견을 밝힌다. <장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