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또 「어린이 교통」역사|백구현 <육군 통신학교 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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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9일 상오 8시50분쯤 경남 양산군 동면 여낙리 영천 국민교 6년 김독란 군 (13)이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 어린이들의 교통 정리를 하다 「트럭」에 치여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지난달 18일 대전 갈마 국민교 정문 앞에서 동교생들을 위해 교통 정리하던 어린 나의 아들 승진이가 차에 치여 죽은 지 불과 20일밖에 안 돼 똑같은 사고가 생긴 것을 생각하면 무관심한 당국이나 부주의의 운전사나 너무나 원망스럽다.
운전사들의 눈에는 어린 싹들의 귀중한 생명이 안 보이는 것일까.
얼마의 금전으로 과실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고 사회에 속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운전사가 있고, 시체 앞에 넋을 잃고 통곡하는 유족들에게 상품 거래인 양 위자료 흥정을 하는 운전사나 차주가 있는 것을 보면 자식 가진 부모로서 이럴 수가 있을까 생각된다. 얼마나 강심장이면 무방비 상태의 도로 가운데 지도 교사나 교통 경찰관 없이 어린이를 홀로 세우고 서도 무사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대전에서 일어난 것이나 이번 양산에서 일어난 사고는 관계 당국이 안전이나 생명의 귀중함에 다소나마 관심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이기에 더욱 애처로움을 금할 수 없다. 학교와 경찰 당국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 사회에 속죄해야 할 것이며 어린 싹의 희생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운전사나 운수 관계자들도 인명의 귀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정신 자세를 올바로 가져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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