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위협에 둔감한 정부

중앙일보

입력

신정부 출범을 전후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5MWe 흑연감속 원자로의 재가동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도발이며 위협이다. 미사일 발사가 국제규범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외신 보도처럼 새로운 형태의 지대함 미사일 실험이라고 한다면 북한 미사일 전력의 증강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위협의 증대를 뜻한다. 원자로 재가동은 더욱 심각한 도발이다.

1994년 북.미 기본합의에 따른 핵동결 조치 위반임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반응처럼 "사찰관들이 추방된 상황에서 개탄스러운 조치"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대체로 북한의 조치들을 도발이라고 보는 반면 정작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 우리 정부는 "예상된 조치"라든가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데 있다.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은 28일 북측의 움직임을 "북.미 간 직접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 출범 시점에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조치들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란 인식은 없는 것 같아 유감이다.

북한을 보는 한.미 간의 입장차이는 다분히 북측 위협에 대한 우리의 안보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황을 부풀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도 안되지만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측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자세는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민은 외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계속 가볍게 평가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결국 타격받게 될 것이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어떠한 움직임에도 반대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북한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사태가 악화될 경우 책임의 상당부분이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했던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새 정부의 개혁의지가 변화를 동반해야 할 곳은 북한의 위협에 둔감한 정부의 자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