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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윤활유-경언|생활문화 협의회 언어분위 토론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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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생활문화협의회 언언 및 문자분과회의(위원장 이희승)가 19일 문공부 회의실에서 「국어의 경어문제」를 주제로 열렸다.
이응백 교수(서울대 사대)는 주제발표를 통해 『경어는 존비·친소관계 사이에 마찰이 없이 원활하고 한결 화기애애한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라고 경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어가 인격을 가다듬는 도구』라는 의미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그 언어 가운데도 경어는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관계의 원활과 개인의 교양을 표현하는데 큰 몫을 한다.
경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언어습관이기 때문에 그 격식에서 벗어날 경우엔 인간관계의 조화가 깨질 뿐 아니라 쓸데없는 마찰까지 생기게 한다.
때문에 어떤 이는 차라리 경어를 없애고 평등어를 쓰는 것이 민주주의 창달하는데 도움이 될뿐더러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됨으로써 활달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 점에 대해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습관과 전통은 급격히 혁신할 수 없는 것이므로 『경어의 본체를 분명히 인식해서 자신 있게 모든 경우에 알맞게 쓰도록 하는 것이 당면문제』라고 설명했다.
우리말의 경어는 특히 세분화한 때문에 젊은 층의 경어 사용이 아주 서툴게 마련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 경우가 거꾸로 되는 것 등이 흔히 생긴다. 「국민교육헌장」이 공포되고 추덕·국민윤리 과목이 교육과정에 신설되는 때에 예절바른 언어생활은 경어의 적절한 사용에서 그 기틀을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경어의 사용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가령 남의 삼촌을 「완장」이라 하고 조카를 「함씨」라고 하는데 이것은 중국 진나라 죽림칠현의 완적·완함이 숙질 간인데서 유래한 것이니 이것을 사용하려 드는 것은 난센스라는 얘기다. 어려운 고사에서 나온 얘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면서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교양 없는 사람, 무식한 사람이 되기 일쑤요, 건재한 자기 아버지를 좀 유식하게 문자를 쓴다고 『선친께서‥』하면 이만 저만한 망발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자어에서 된 말은 아주 보편적으로 익은말 외에는 되도록 쓰지 말고 또 「선생님」 「사모님」 등 본래 뜻과 아주 달리 쓰이는 것도 고쳐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경어는 윗사람이 좋은 본보기를 보일 때 잘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말씨에 조심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럴 때 질서가 잡히고 따뜻하고 명랑한 사회가 이룩된다는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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