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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문재인 "나를 소환하라" … 친노 결집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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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가 노무현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문재인(사진) 의원이 10일 “검찰은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십시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문 의원은 “검찰의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는 전임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2009년 ‘정치검찰’의 행태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언론플레이 대신 묵묵히 수사에만 전념해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의 입장 발표는 공교롭게도 검찰이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소환 조사한 날(10일)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마지막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냈다. 문 의원은 검찰이 밝힌 ‘봉하 이지원(e知園)’ 시스템상의 대화록 삭제 흔적과 관련,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 따라 수정 보고를 하게 된, 결재가 끝나지 않은 문서는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며 “종이문서 같으면 이미 반려됐을 텐데, 삭제할 수 없게 되어 있었던 이지원 시스템 때문에 (검찰 발표와 달리 완전히 삭제되지는 않고 시스템상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삭제 흔적이 남아 있다는 대화록은 최종본이 아닌 초본이며 ▶수정보고 절차가 남아 있는 것이라 애초 이관 대상 기록물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설령 그런 흔적이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거다.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노무현정부 시절 마지막 기록관리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포함된 대통령 기록물 이관 작업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뉴스1]

 지난 2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문 의원이 강경한 어조로 반박 성명을 낸 것에 대해 그의 측근은 “칼끝을 문 의원에게 맞춰놓고도 변죽만 울리며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검찰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다 밝히겠다”고만 했다.

 대화록 실종 사건이 이슈화된 7월 이후 문 의원은 수세에 몰려 있었다.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이 노무현정부 인사들에게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대화록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문 의원의 성명에 앞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NLL(북방한계선) 대화록을 둘러싼 정쟁 중단을 여권에 공개 요청했다. 그럼에도 문 의원이 공개 대응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긴 침묵이 국민에겐 검찰 수사에 대한 인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당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더불어 당 안팎의 친노 세력을 결집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면 반전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은)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혼동과 갈등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문 의원은 실무자들이 검찰에 소환되기 전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문 의원은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면서 정계 은퇴까지 언급했었는데 그 말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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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종 발표 때 다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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