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수사? … 수원 노숙소녀 살인 6년 만에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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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7년 수원지역 한 고교에서 발생한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강모(35)씨가 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강씨를 포함해 이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7명 모두 누명을 벗었다. 검찰과 경찰은 강압 또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10일 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해 자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강압수사를 한 정황이 있다고도 했다. 사건은 2007년 5월 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당시 15세)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온몸엔 얻어맞은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수원역 일대를 탐문해 노숙자 강씨와 정모(3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했다. “강씨 등이 며칠 전 여성을 심하게 폭행했다”는 주변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폭행한 사람은 김양이 아닌 다른 노숙자였다. 이들이 다른 노숙자를 폭행한 날도 김양이 숨지기 5일 전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자백을 받아 이들을 기소했다. 그해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만기 복역을 한 정씨는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진짜 범인이 더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최모(당시 18세)군 등 가출청소년 5명을 차례로 불러 자백을 받아 냈다. 이어 미성년자인 곽모(당시 13세)양을 제외한 4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최군 등은 2010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강압수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들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최군 등을 조사하며 ▶증거 조작 ▶허위 진술 유도 ▶무죄 추정 진술 누락 ▶조서 문답 조작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최군 등은 사건현장이 어딘지도 몰랐으나 검찰과 경찰이 현장을 자세하게 묘사해준 뒤 자백한 것처럼 조서를 꾸몄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검찰과 경찰이 질문한 내용을 마치 최군 등이 답한 것처럼 꾸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7월 수사기관의 자백 강요 등으로 최군 등 5명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5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수원=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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