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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반집'의 마법 … 천적 천야오예 넘어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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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이 자신의 천적인 천야오예 9단을 반집 차로 격파하고 8강에 올랐다. 가장 힘든 고비를 무사히 넘긴 이세돌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라 올해의 마지막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세돌 9단은 다음달 4일부터 중국 우광야 6단과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사진=한게임]

이세돌 9단이 또다시 반집의 역사를 쓸 것인가. 지난해 두 번의 반 집 승으로 우승을 거뒀던 이세돌 9단이 우승의 고비라 할 16강전에서 자신의 천적으로 등장한 천야오예 9단을 반 집 차로 꺾었다. 중국랭킹 1위와 격돌한 결승전 같은 16강전이었다. 한국과 중국 바둑팬들의 시선이 이 한 판에 집중됐다. 종반에 접어들 무렵 바둑은 불리해 흑을 쥔 이세돌은 도저히 덤을 낼 수 없어 보였다. 최근 주요 길목에서 3연패를 당한 천야오예에게 이번에도 꺾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중앙에서 패를 만들어 혼신의 저항을 거듭한 끝에 기어이 눈물 한 방울 같은 반 집 승을 일궈냈다.

 10일 8강전에서 추쥔 9단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오른 이세돌 9단은 “힘든 승부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천야오예도 힘들게 이겼지만 조금 만만하게 생각한 추쥔도 종반에 겨우 역전할 수 있었다.(165수, 흑불계승)

 바둑을 가장 먼저 끝낸 이세돌 9단은 후배 기사들과 함께 나머지 한·중전 3판을 검토하며 열심히 응원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패했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은 중국 3위 스웨 9단과의 대결에서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고 한때 승리가 굳어지는 듯했지만 최후의 사활에서 스웨에게 묘수를 당해 돌을 거둬야 했다. 한국 2위 김지석 9단은 중국 신예 탕웨이싱 3단의 실리작전에 걸려들어 고전 끝에 패배했다. 16강전에서 중국 바둑의 상징이라 할 구리 9단을 격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신예 안성준 5단은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우광야 6단 특유의 ‘아웃 복싱’을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2013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3억원) 준결승전은 결국 한국1, 중국 3의 대결이 됐다. 16강전에서 한국은 5명 중 4명이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보였으나 8강전에서는 다시 1승3패로 밀렸다. 이세돌 9단 한 사람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특성을 보여왔다. 큰 승부일수록 강하고 큰 승부일수록 집중력도 높아진다. 올해의 마지막 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 9단은 최후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올해 중국은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었고, LG배와 몽백합배에서 한국은 16강전에서 모두 전멸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런 여파로 이번 대회가 열린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는 신진서·신민준 등 영재들부터 최명훈 9단, 조한승 9단 등 선배들까지 근 100명에 달하는 젊은 기사들이 내려와 온종일 진을 치고 검토에 열을 올렸다. 한국 바둑의 주력이 이곳 유성에 모여 한국 승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제 모든 희망은 이세돌 9단 한 사람의 어깨에 걸리게 됐다.

 준결승전은 3번기로 치러지며 다음 달 4∼7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열린다. 대진은 이세돌 9단 대 우광야 6단(중국 14위), 스웨 9단(중국 3위) 대 탕웨이싱 3단(중국 17위). 올해 LG배 우승자 스웨를 피해 일단 대진운은 좋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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