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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 그 LG,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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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13~2014 프로농구가 12일 개막, 약 6개월간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는 농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16년 만에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출전권을 땄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고려대가 우승하는 반란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종규(LG·2m7㎝)·김민구(KCC·1m90㎝)·두경민(동부·1m83㎝·이상 22) 등 경희대 3총사가 나란히 프로에 입단해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창원은 농구 열기가 매우 뜨거운 도시다. 1997년 LG가 농구단을 창단하고 창원에 둥지를 틀었다. 그땐 창원에 프로야구팀도, 프로축구팀도 없었다. 농구는 창원 시민에게 첫사랑 같은 종목인 셈이다. 창단 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LG가 창원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올해는 창원의 농구 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다. 팬뿐만 아니라 농구 전문가들도 LG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도 9개 경쟁팀 감독 가운데 무려 7명이 “LG가 올 시즌을 뒤흔들 다크호스”라고 경계했다.

 LG는 1997년 창단 이후 올해처럼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10개 팀 가운데 8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우승도 넘볼 수 있는 전력이다. 이번 시즌을 겨냥해 지난 시즌 8위로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 리빌딩에 집중한 결과다.

 트레이드와 자유계약 시장에서도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시즌 중반 팀의 주축이었던 로드 벤슨(29)을 울산 모비스로 보냈다. 당시엔 장래가 촉망되는 포인트가드 김시래(24)를 시즌 종료 후 데려온다는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LG는 “농구를 포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진 감독은 “미래를 보고 결정한 일”이라며 비난을 감내했다. 김시래는 챔피언이 되는 값진 경험을 하고 LG의 품에 안겼다. 전자랜드에서 FA로 풀린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슈터 문태종(38)도 국내 최고 연봉(6억8000만원)을 베팅해 영입했다. 그는 올해 최고령 선수이자 최고 연봉 선수다. 체력 때문에 오래 뛰지는 못하지만 승부가 갈리는 4쿼터 막판에 그보다 더 믿음직한 슈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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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27)과 크리스 매시(37)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특히 제퍼슨은 2011~2012 러시아 프로농구에서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에 올랐 다. 러시아 프로농구는 KBL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다. 김광환 LG 홍보팀장은 “최근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헤인즈(SK)와 포웰(전자랜드) 등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도 경쟁할 능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장훈-김주성-오세근의 계보를 잇는 2m6㎝의 장신 김종규(22) 영입에 성공한 건 LG 리빌딩의 하이라이트였다. 영리한 가드, 승부처에 강한 슈터,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갖춘 LG로서는 높이와 파괴력이 있는 토종 장신 선수가 절실했다. LG는 미리 김종규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준비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김 감독은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도 김종규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드래프트에서 김종규를 뽑았을 때 LG 프런트가 만세를 부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김진 감독은 “목표는 4강이다. 그 안에만 들면 플레이오프에서 그 이상의 성적도 노릴 수 있다”고 칼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김종규를 영입한 순간부터 LG의 올해 목표는 분명해졌다. 우승이다. 스포츠단의 형제인 LG 야구가 모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는 것처럼 농구팀도 창단 후 첫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한 가지 과제는 얼마나 빨리 팀의 조직력을 갖추느냐다. 김종규는 경희대 유니폼을 입고 전국체전을 치른 후 25일부터 팀에 합류한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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