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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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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거라는 싸움에서 조직을 병사라고 한다면 선전은 병사들이 쓰는 무기. 선거 철이 되면 조직과 선전은 「선전하는 조직」이란 형태로 활성화한다. 공천자가 교체된 지역의 동요가 없지 않으나 공화당은 지방에 막강한 기간조직을 갖고있다. 그렇지만 신민당은 원내지구를 제외한 지역에 알맹이 있는 조직이 별로 없다.
지방에서의 여야 조직은 그야말로 어른과 어린이에 비긴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1백50만으로 공칭 되는 당원을 배가하는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핵심당원에겐 훈련생 장기교육, 유세요원 단기교육, 지구당별 1일 교육 등 각종교육훈련을 통해 정예화를 꾀하고있다. 영등포 갑·대전 갑구 당 같은 곳은 이미 당원 5천여 명을 교육했다고 한다.
공화당의 조직이 노출조직인 반면 공칭 당원 50만명이라는 신민당의 조직은 국회의원후보를 중심한 사조직적 지하형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야당조직은 지역과 후보에 따라 특색을 갖는다. 요즈음은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조직 패턴이 차차 보급되고 있다. 이 패턴은 후보와 그의 조직책 밑에 둔 노출된 책임자들이 소수로 구성된 비 노출 단위세포와 직접연결을 갖는 빙산형점 조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여야의 선전전략의 촛점도 바뀌어간다.
평소 공화당의 주요 선전 테마는 박 대통령의 영도력과 당 활동 및 정부 업적에 대한 PR. 그것이 요즘은 야당과 그 후보에 대한 공격과 대항선전이 강화되고 안보긴장감이 고 조 된다.
장기집권·부정부패·부실건설·물가고·정보정치 등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을 선전의 전부로 삼다시피 하던 신민당도 대통령후보 지명 후부터는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메이킹과 정책 제시에 신경을 쓰고있다.
그렇지만 공화당이 자신을 평가하는 긍정적인 선전에, 신민당이 상대방을 비난하는 부정적인 선전에 주력한다는 기본적인 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학위논문에 의하면 여당기관지는 지면의 73.2%를 「플러스·심벌」에 의한 긍정적 선전(적극적 긍정)에, 0.1%를 「마이너스·심벌」에 의한 긍정적 선전(소극적 긍정)에 할애한다. 반면 야당기관지의 지면은 55.6%가 「마이너스·심벌」에 의한 부정적 선전(적극적 부정)으로, 13.9%를 「플러스·심벌」에 의한 부정적 선전(소극적 행정)으로 차 있다고 한다(별표).
선전 전술은 전통적인 연설·설득을 통한 정공법뿐 아니라 흑색선전·인신공격 등 유격전술과 여당의 경우 친 여인사의 기고·방송출연을 통해 매스컴에 의한 친여 무드 조성 등 측공법도 다양하게 구사된다.
특히 공화당은 정부·여당의 대외 발표 통계, 정부기관과의 유기적 협조로 야당선전을 뉴스의 관심에서 압도하는 전략도 쓴다.
상대당의 전략을 사전에 폭로하여 김을 뽑는 선제공격은 국민투표 때 공화당이 활용해 효과를 거둔 전술. 그것이 이제는 서로 상대당의 의도를 앞지르거나 조작해서 폭로하는 전술로 발전하여 유권자들은 뭐가 뭔지 모르는 얼떨떨한 상대에 빠질 지경이다. 하긴 이 「충격의 중화」 효과를 노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선전전술 가운데 악성 적이면서도 상당히 보편화한 것이 이른바 흑색선전이라는 속임 전술. 여야는 서로 이 전술이 상대방의 기본전술이라고. 신경질적으로 맞서있다. 67년 선거 때부터 이것이 갑자기 퍼진 이유는 유권자들의 말초적 감정을 자극하여 상당히 효과를 거두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흑색선전은 주로 기계를 이용한 자파의 피해과장, 유권자의 상대 당에 대한 불쾌감 유발행위, 상대 당 내부교란작전, 자당에 대한 지지 과장과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기초로 한다. 공화당은 야당이 쓰고 있다는 흑색작전 30종을 수록한 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는데 신민당은 이런 행동 자체가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한다.
56년 3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인 선거구호는 선거선전의 핵을 이룬다. 공화당은 이미 선거구호를 공모, 주 구호는 정하지 못했지만 『전진했다 60년대 중단 말자 70년대』등 27개의 구호를 선정했다. 신민당도 공모한 선거구호를 심사중이다. 역대 선거구호 중 3대 대통령선거 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못살겠다 갈아보자』와 지난번 개헌 국민투표 때 공화당의 『안정이냐 혼란이냐』가 가장 훌륭한 구호로 꼽힌다.
여야는 모두 이 구호만큼 「어필」할 수 있는 주 구호를 찾는데 공화당은 60년대의 치적과 70년대의 「비전」을 집약하면서도 긴박감 있는 구호를, 신민당은 장기집권에 따른 부정부패를 부각시켜 정권교체의 당위를 강조하는 구호를 모색하고 있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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