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각본 일사천리|10차 총회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말썽 많던 예총의 제 10차 정기 총회는 문협·미협위 대의원 40명이 불참한 가운데 재적 대의원 2백23명 중 1백60명의 출석, 18일 하오 서울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강행된다. 문협과 미협이 각각 총회를 보이코트했고, 또 예총 정화 대책위원회의 경고문이 나돌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예상됐던 이날 총회는 각 협회들이 마지막 전략을 짜느라고 예정시간보다 50분이 늦은 1시 50분에야 개회됐다.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의장석에 등단한 이해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문협·미협이 참석치 않은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 이것이 모두 나의 과실이라고 생각할 때 몸둘 곳이 없다. 선량한 예술가들의 이름까지 더럽혀 사과한다』고 말하고『4막으로 끝나는 줄 알았더니 5막으로 매듭지어야겠다』며 재출마의 변도 겸했다.
또 그는 문협의 불참 결의문을 격하게 낭독, 총회 강행을 해명, 또 『자신이 예총에서 개인 영달을 꾀했느냐 안 했느냐에 대한 대의원들의 가혹한 심판을 받으러 이 자리에 나왔다』며 울먹이면서 개회사를 끝냈다.
그런데 이 개회사 도중 홍경모 문공부 차관이 입장하자 사회자는 기립하라고 마이크로 말했고 이 회장은 개회사를 중단하기까지 해 예총의 저자세를 다시 한번 보여 주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잡음으로 소란스러울 것이 예상되던 이날 총회는 40여명의 보도진들이 모여들기도 했으나 문협과 미협이 참석치 않아 경과보고, 결산보고 등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3시 10분 관심이 집중된 회장선거에 들어갔는데 결과는 이해랑씨의 독주로 싱겁게 끝났다. 이해랑씨가 재적 1백60명 중 1백39표를 얻어 67년 6대 이래 5번째 연속 회장에 뽑혔다.
이날 김동리씨는 4표, 이마동·곽종원·정희섭씨는 각1표를 얻었고, 또 문희(2표), 윤정희·신성일(각1표) 등의 장난표도 나왔다. 기권, 무효표는 10표
이어 3명의 부회장 선거에서도 이봉래(영협) 조상현(음협) 김종철(국악협) 제씨가 1백35표, 1백32표, 1백22표를 각각 얻어 차점자들을 1백표 이상 누르고 선출됨으로써 사전 각본이 완벽했음을 과시했다.
그런데 새로 부회장이 된 이·조·김씨는 공교롭게도 지난번 예총 정화대책위원회의 사이비 예술인 물러가라는 경고문에서 지적된 사람들이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