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활동의 자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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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가칭 청소년국가 개발봉사단을 조직, 농어촌의 지역사회 개발과 생활개선 운동에 참여할 청소년단체 활동을 일원화 할 계획을 세웠다한다.
16일 문교부에 의하면, 이 봉사단은 현재 문교부에 등록 돼있는 YMCA·YWCA·불교청년회·유네스코학생회 등 18개 청소년 단체협의회의 방계단체로 하여, 그 지부를 전국 1백79개 교육청 아래 두게 하고, 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실시해오던 방학중의 학생 봉사활동과 각 지역사회소재 청소년 조직체의 활동을 병합케 함으로써 지역사회개발을 촉진하려는 것이라 한다.
문교부는 이 봉사 원을 내년도부터 정식 발족케 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오는 23일 전남 고흥군에서는 전국의 청소년·부녀지도자 9백여명이 참가, 이 운동의 방향과 봉사활동내용을 협의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어, 계획은 이미 상당히 구체성을 띤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가 왜 이 시기를 택해서 이러한 옥상옥 격인 기구의 창설을 구상하게 됐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와 같은 전국적 청소년 봉사활동기구를 두려는 이유가 당국자의 설명과 같이 주로 난립돼있는 각종 청소년 단체활동의 일원화를 통한 효율성을 높이고, 각종 봉사활동의 지속성을 꾀하는 것이라 한다면, 이는 처음부터 청소년 조직활동의 원리를 벗어난 발상일뿐더러, 자율적인 청소년활동이 장차 민주사회 건설에 기여할 큰 이득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단 청소년단체뿐만 아니라, 무릇 모든 볼런터리·오거니제인션(자발단체)은 비록 그 표면상의 활동내용이 같다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이나 목표는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불교청년회와 기독교청년회, 또는 각 정당의 청년조직체가 벌이는 봉사활동 등은 겉으로 제 아무리 유사하게 보일지라도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서로 천양지차가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이질적인 여러 조직이나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 일원화의 이름아래 중앙에서 위로부터의 지시에 좇아 움직이게 하려는 따위의 일은 적어도 민주국가에서는 되도록 삼가야 하는 것이 정도라 할 것이다. 민주사회 안에서 자발적·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각 총 자발단체의 다원적인 존재는 그 자체가 민주 정치의 맹아로서 이에 대한 정부나 제삼자의 관여는 그 동기여하를 불문하고 원리를 벗어난 것임을 깨달아야 할 처이다.
다음으로, 각종 청소년 봉사활동의 통합으로써 지역사회개발사업의 지속성을 기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생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나라 농어촌과 도시지역 사회 안에는 4H 클럽·재건청·부녀회·JRC·보이스카웃·걸스카웃 등을 위시하여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10지를 꼽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각종 봉사활동이나 지역사회 개발운동에 있어서의 효율성·지속성 문제는 오직 각 단위조직의 역량에 달려있고, 그 성과는 결코 중앙 조직으로부터의 지원이나 지시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나라 각종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역사를 통해 실증 된지 이미 오래이다. 구체적으로 관제 재건국민운동이 종결된 뒤에도 계속 마을 안에서 훌륭히 기능하고 있는 재건청·부녀회 조직이 적지 않은 반면, 거창하고 국제 조직적인 횡적 유대까지 가졌다는 청소년 조직 중에서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사조직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은 그 단적인 실례라 할 것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봉사활동이나 각종 청소년조직의 유용성과 그 사회 교육적 기능의 중요성에 대하여 착안하고 이들을 적극 전달·지원해주는 것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되도록 배후에 머물러 그런 운동이 관제의 인상을 받거나, 중앙으로부터 내려오는 일률적인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 되게 해서는 안된 다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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