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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은 어디로? 와해위기 부른 감투싸움에 충고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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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화계 앙케트>(설문)
①예총의 존립의의와 문제점에 대해서-.
②오늘 이 시점의 예총을 어떻게 보십니까.
③예총과 관련해서 문화계의 정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방안은?
이름 그대로 예술·문화계의 총 본산인 「예총」은 18일로 닥친 총회를 앞두고 고질병 적인 「감투싸움」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혼란을 빚고 있다. 문협이 특정인의 정계진출도구가 될 수 없다고 총회를 보이코트하자 미협도 이에 동조 절름발이 총회에는 불참하겠다고 결의했고,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협회에까지 서서히 파급되고 있다. 또 문협, 미협, 사진협 등은 전 협회가 참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각기 총회연기를 본부에 요구했으나 본부 측은 총회를 연기해도 문협 등이 참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총회를 강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최근엔 「예총 정화대책위원회」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로부터 예총에 기생하는 사이비예술가는 물러가라는 경고문이 예총 각 협회와 관계기관에 나돌아 예총 주변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오늘의 「예총」의 문젯점이 무엇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가를 문화계인사들의 앙게트를 통해 알아본다.

<「순수」와「대중」 한데 묶은 부작용>
①동호인들의 친목과 권익을 위한 예술단체는 물론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예총의 경우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단체들을 한 테두리에 묶어 놓고 있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②예술단체에 「정치」가 개입하게 된 게 불행이다. 이번 회장선거의 쟁점도 바로 정치 때문이 아닌가.
③우선 예총의 체질개선은 꼭 필요하다. 첫째 순수예술단체와 대중예술단체를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산하 각 단체도 장르 별로 재편성해야 한다. 이념과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곳에 어찌 친목과 권익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박남수 (시인)>
정치세력 뒷받침 수단 될 수 없어
①그 문제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해 본 일이 없다. ②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예술단체가 정치적인 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되면 문학·예술운동에 커다란 지장을 가져온다. ③문화계의 정화는 어디까지나 작품활동을 통해 하는 것이지 무슨 캠페인처럼 떠 벌이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창작의 긍지·고통·노력을 통해 우리 것으로 창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오영진 (시나리오 작가)>

<정치관계에 뒤엉키면 비난 마땅>
①오늘의 예총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②회장의 감투를 놓고 싸우는 것은 사실 예총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창작하고 일하는데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감투욕 또는 정치와 관련된 문제로 뒤엉키는 일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③무엇인가 잘못돼 있다. 음협의 경우만 해도 음악인들은 일반적으로 음협 활동에 관심이 없다가 연1회 이사장선거 때만 몰려들고 회원에 가입하는 사태가 난다.<나운영 (작곡가·연세대교수)>

<존재가치 조차도 부정하고 싶어>
①도대체 예술하는 사람들이 단체는 왜 만드는가. 우리 나라의 예총은 존재가치 조차 부정하고 싶다. 정부는 예총 유지를 위해 배후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나올 때 그것을 지원해 주는 게 예술인을 위하는 길 일 것이다.
②한마디로 어용단체며 백해무익한데다가 예술인간의 파벌만 조성하고 잇권 다툼만 조장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③문학계의 정화운동은 이러한 단체들을 없애버리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이미 내가 관계되었던 모든 단체(문협·여류문협)에서 탈퇴했다.<한말숙 (작가)>

<감투에의 과열은 불미스러운 일>
①예술가의 권익옹호와 친목, 예술운동의 독자성확보에 그 존립 의의가 있다. ②이사장직을 둘러싼 과열은 불미스런 일이다. 예술가사회는 과열분위기 아닌 이성적 판단에 호소해야 한다. 작금의 예총의 잡음은 바로 그것이 올바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③정풍운동이 필요하다. 첫째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모럴을 세우고 지켜 나가야 하며 다음으로는 정부에서 예술인들을 인간적으로 존대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예술인들을 수단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예총도 「여당적」이란 명예롭지 못한 딱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백철 (펜 한국본부위원장)>

<감투 보이코트하고 창작에 전력을>
①예술인 전체를 관장하는 기구는 일단 필요하다. 다만 그 성격이 문제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행정능력이 부족하고 또 어떤 조직체의 구성원으로서도 적격치 못하다. ②지금 예총의 상황이라면 양식 있는 사람으로서는 응당 보이코트해야 한다.
예총이 예술활동을 돕는 것이 못되고, 어용단체화 하거나 혹은 압력단체화 한다면 전체 예술인의 멸시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예술인이 개인자격으로 정계에 나가는 일이라면 몰라도 예총 내지 전체 작가를 발판으로 하여 직능대표로 나가겠다는 생각은 그 기구를 어용화하고 나아가 전체주의적 색채를 띨 위험마저 있으므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③현재 문공부는 예총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을 곧 문화정책인양 여기고있고 또 그것을 업적인 듯이 선전하는 감 마저 없지 않다.<김중업(건축가)>

<전 예술인 극일화 기구는 불필요>
ⓛ문협·미협이니 하는 것은 일종의 조합 같은 것인데 수백 명씩 한데 묶어 놓으니까 자연히 그 가운데 파벌이 생기고 분쟁이 일기마련이다. 그런 협회의 연장이 곧 예총이다. 만약 이런 기구가 필요하다면 그룹 활동을 상호 연결짓는 「연맹」정도로서 족하며 현재와 같은 전체예술 문학인을 획일화 한 기구는 불필요하다. ②일체 협회에 참여 안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현 체제에서 시끄러운 잡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③작가의 실력(작품)이 행사하는 예술사회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예술계에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숫적으로 우세하고 그러한 사람이 사계를 지배하려니까 부정과 부패를 빚어내는 것이요 거기에 부동해서 행세하려는 측 역시 적지 않다. 참다운 실력이 맥을 못 추는 예총계라서 거꾸로 돼 가는 현실 아닌가. <박노수(동양화가·서울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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