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6조 벌어들인 콘텐트 … 디자인, 런던을 매혹시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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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본 행사 중 하나인 산업 박람회 ‘100% 디자인 런던’ 내 한국관 전시 장면. 기업과 개별 디자이너의 참여 외에도 국가·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 영국 최대의 컨템포러리 디자인 전시에 한국은 2008년부터 참여해 왔다. [사진 한국디자인진흥원]

#1. 런던 디자인 뮤지엄은 전시장에 3D 프린터 공방을 차렸다. 29일까지 열리는 ‘미래가 여기에(The Future is Here) : 새로운 산업혁명’전의 일부다. 관객은 현장에 마련된 PC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3D 프린팅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전시는 이같 은 최신 이슈뿐 아니라 1952년 MIT에서 첫 실용화에 성공한 CNC(컴퓨터 수치 제어) 기술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알렉스 뉴슨 큐레이터는 “CNC는 오래됐지만 인접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오늘날 그 활용도가 더욱 다양해졌다. 테크놀로지 역시 역사성·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관객이 이를 체험토록 했다”고 말했다.

세계 3대 디자인 쇼 … 300개 행사 열려

3D 프린터로 만든 플라스틱 권총이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 새로 소장됐다. [사진 V&A]

 #2.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은 지난달 플라스틱 권총 한 정을 전시했다. 3D프린터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도면을 공개하며 지난 5월 미국서 처음 나와 논란을 일으킨 그 권총이다. 1800년대 개관한 장식·디자인 미술관의 전시작으로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디자인 발전이 사회 문제와 충돌하는 한 예로 여겨 제작자로부터 직접 매입했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두 전시는 제11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9월 14∼22일)의 연계 행사로 마련됐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프랑스의 메종 앤 오브제, 이탈리아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함께 3대 디자인 행사로 꼽힌다. ‘모든 곳에 디자인’을 기치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비롯해 작은 갤러리까지 런던 곳곳에서 300개의 행사가 열렸다. 95년 시작한 영국 최대의 컨템포러리 디자인 전시인 ‘100% 디자인 런던’, 98년부터 신진 디자이너의 프로모션 기회를 마련해 준 ‘디자이너스 블록’ 등 연중 흩어져 열리던 여러 디자인 행사들을 모아 2003년 시작했다.

 페스티벌의 본게임은 산업 박람회다. 전세계 디자이너, 디자인 기업을 불러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활로를 여는 실질적인 행사다. ‘100% 디자인’은 올해 ‘창조적 균형’을 주제로 열렸는데 여기에만 35개국이 참가했고, 3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의 허브 역할을 한 것이 V&A나 디자인 뮤지엄 등의 네트워크다. 유수의 디자인 산업 박람회들은 주요 박물관의 디자인전을 대동맥 삼아 이것이 하루 아침에 진흥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박물관들 또한 전통의 고수에 머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이슈를 기민하게 받아들였다.

 영국 자동차 명가 벤틀리의 외장·선행 디자인 총책임자로 일하는 이상엽씨는 “‘100% 디자인’만 해도 바이어를 만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비즈니스의 장 이상이다. 행사를 모든 이들에게 개방해 ‘디자인은 이런 것’이라는 관심을 높임으로써 국가적으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미술·음악·패션 등 ‘창조산업’으로 통합

 영국의 디자인 진흥은 98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내놓은 ‘미래의 창조 : 문화, 예술, 창조적인 경제를 위한 전략’이라는 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산업혁명으로 2차 산업의 발전을 이룬 나라가 3차 산업으로 이행하는 데 박차를 가한 정책이다. 출판, 음악, 미술, 골동품, 영화·비디오, 라디오·텔레비전, 공연(댄스·연극·서커스·라이브·축제), 광고, 양방향 레저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서비스, 디자인, 패션, 건축 등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규모의 이들 콘텐트 산업을 창조산업이라 정의하고 통합 관리하며 지원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전세계 디자이너들을 모으며 창조와 혁신의 중심으로 런던을 끌어올리는 행사다. 연간 150억 파운드(약 26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런던=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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