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부부|고석영<회사원> 서우림<탤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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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편은 애경유지기획실에서, 부인은 새로운 인기직업인 TV탤런트로 활약하고 있는 고석영씨와 서우림씨부부는 이제 결혼한지 꼭 1년2개월로 접어들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브라운관의 주인공들에 대해서 화려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을 접촉해 보면 그들도 역시 가정적이고 검소하고 직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놀라운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고석영씨는 부인과 결혼하기 전만 해도 탤런트라는 직업에 대해 별로 호감읕 갖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식을 달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우림씨는 일반이 갖기 쉬운 오해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부인들보다 가정에 덜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한다.
동양TV연속극『흙손』에서 큰딸 임순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서우림씨는 TBC-TV 탤런트2기. 대학시절(서라벌예대 무용과)부터 연극에 열중, 졸업 후 KBS-TV 『어머니의 마음』에서 주연으로 데뷔하면서 한때 몸이 아파 잠시 연기를 쉰 적이 있을 뿐 거의 5년 동안을 탤런트로 꾸준히 연기를 연마해 왔다.
『그 동안 맡아본 역이 모두 현모양처나 순정적인 역뿐이었어요. 저 자신도 그렇지만 주위에서도 그러한 역이 제게 맞는 다고들 하더군요. 그러나 좀더 발전적이고 개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가정만을 지키는 것보다는 하나의 일로서 부인의 연기생활을 뒷받침 해주고 싶지마는 그저 반대하지 않는 정도로 그칠 뿐 크게 도와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라는 고석영씨는 다만 부인이 몸이 약해 늘 걱정이 된다고 부인에 대한 알뜰함을 보여 준다.
『저로서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하나의 직업이라는 것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남편과 시부모의 이해로 결혼 후에도 계속 연기생활을 할 수 있어 그저 고맙기만 하다는 서우림씨의 말이다.
『출퇴근시간이 일정한 다른 직업과는 좀 달라서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출연 극의 녹화가 끝나면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집에 돌아와 집안일·남편 시분에 머리를 쓰고 또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녹화가 늦어 새벽이나 밤늦게 돌아 올 때가 있어요.』 그때가 남편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서우림씨는 그럴 때 남편은 항상 책을 읽고 있으면서 조용히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서 고맙다는 식으로 농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회사 일로 바빠 퇴근이 늦어지기 일숩니다. 그래서 TV볼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러나 될 수 있는 대로 보려고 노력합니다만….』 부인 스스로의 힘으로 연기자로서 성장하길 바라고 그래서 가능한 한 부인의 연기생활에 방해가 될 만한 간섭을 피한다는 고석영씨의 솔직한 말이다.
서울대학교화학과를 졸업한 고석영씨는 6남매의 막내로 자신은 1남1여를 원한다.
『어쩌다. 그분과 같이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부끄러운 생각으로 눈치만 살피게 되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죠.』 그래서 다음날 혼자서 재방송을 보고 연기수업을 한다는 서우림씨는 비교적 과묵한 편인 남편이 종종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 줄 때 무척 기쁘다고 흐뭇해한다.
양적 출연보다 한두 작품이라도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서우림씨는 그래서 아직도 보편적으로 이해가 약한 탤런트직업에 대해 깊은 이해와 협력을 아끼지 않는 남편과 시부모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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