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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운전사의 통제관리 철저히 근본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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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뺑소니』는 어떤 방법으로든 없애야 하지요. 하지만 운전사가 과속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운전사의 신분과 생활환경을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경찰은 교통 순경에게 빨간딱지를 1일 10건씩 할당하고 있고 세금은 왜 그리 비싼지… 외적요건이 과속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사고를 내면 우선 도망칠 궁리만 하게됩니다.』
서울 영 2-××45호 「코로나」운전사 김씨(29)는 뺑소니를 없애는 지름길은 운전사의 생활 환경을 보장해 주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택시」운수 회사는 모두 8백84개 소, 이중 서울에 2백73개와 부산에 1백31개로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운수 회사는 거의 모두가 이른바 「모찌꼬비」로 영세 차주들을 모아 세금 지불 등을 대행해주는 유명무실한 운영을 하고 있다. 한 달에 차 1대당 7만원의 세금과 공제회비 7, 8천원을 차주로부터 받고 있을 뿐 운전사를 위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실정이기 때문에 더욱 운전사의 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것.
뺑소니 사고가 나면 경찰은 일단 사고 차량의 번호로 소속 운수 회사에 사고 운전사의 신원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허탕치기 일쑤. 기업주가 운수 사업상으로 필요한 운전사의 인적사항과 성격 및 기술정도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운전사의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 뺑소니 차량의 번호를 알고도 경찰이 운전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운수회사가 차주는 알아도 운전사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며 운전사들은 도망치면 그만이란 순간적인 심리가 여기서부터 나게 마련이다.
이처럼 운수희사가 운전사와 동떨어진 운영을 하고 있는데도 뺑소니의 요인이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자동차 손해 배상 금액이 너무나 값이 싸 운전사가 잡히면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보상책임까지 덮어쓰는 두려움도 뺑소니의 원인이 된다.
우리 나라에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이 마련된 것은 63년 4월4일. 이 법이 규정한 피해 보상급은 ①사망할 경우 1인의 최고 한도액이 고작 10만원에 불과하며 ⓩ부상할 경우 1급7만원, 2급5만원, 3급3만원, 4급2만원, 5급1만원, 6급5천원. 오늘까지 이 보상액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운전사들은 한 달에 2천여원씩 보험료를 내고도 피해보상의 공포에 떨어 뺑소니의 심리를 유발하게 된다.
치안국은 최근 늘어나기만 하는 뺑소니 운전사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경찰은 뺑소니의 원인으로 ①운전사의 준법 정신 결여 ②신고 정신의 희박 ③운수 회사의 기업 관리가 엉망으로 운전사들의 통제가 불가능한 점을 들었다. 경찰은 보험회사의 피해 보상금 인상과 운수회사의 차주뿐만 아니라 운전사 중심제로의 운영 전환이 현재로서는 당장 이루어지기가 힘든 것으로 보고 뺑소니를 목격한 운전사가 신고하면 특혜 조치를 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신고 운전사에 대한 특혜 조치는 ①뺑소니차를 검거한 운전사에게는 점수제 행정 처분 배점에 따른 위반 점수 1백80점(운전면허 취소에 해당)을 감해주고 ②경찰에 뺑소니차를 신고, 검거했을 경우 위반 점수 60점(30일간 운행 정지 처분에 해당)을 감해주며 ③뺑소니를 자진 신고하면 점수제 행정처분을 경감 조치한다는 것」. 이 경찰 방안이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는 경찰자신도 의문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경찰 자체가 뺑소니 차량을 잡는 것이 아닌 동료인 운전사 자신의 밀고에 의존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교통 전문가가 지적했다.
더욱 경찰이 4개월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는 운전사에 대한 교양은 내용도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운전사들의 참가열이 전혀 없다. 교양 내용을 보면 고작 과속이나 정차위반 등 가장 많고 사고 원인을 일러주고 주의시키며 도로 교통법을 일깨워주는 정도. 그것도 대부분의 운전사들은 하루 못 벌면 그 만큼 수입이 줄어들고 귀찮기 때문에 교양을 안 받고 안면 있는 경찰관을 통해 「교육필」이 이란 도장만 받아간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운전사가 불가항력으로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운전사의 기술마저 박탈하고 있어 운전사의 마음에 한층 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육교 밑의 사고 등 피해자가 과실인 경우, 운전 기술에 아무런 잘못이 없을 때도 경찰이 면허취소 등 운전사의 기술을 뺏어 가고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찰과 운수회사의 운전사에 대한 부실한 관리가 고쳐지지 않는 이상 뺑소니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뺑소니 사고는 이 이상 더 생겨서는 안되겠다. 박동언 치안국 교통계장은 『우리 나라도 외국처럼 교통 사범 전담기구를 만들어 「타이어」종별 식별기, 색도 감별기 등 뺑소니 사고 현장 검증 기구를 갖추어 뺑소니차를 추격, 잡을 수 있는 체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 영2-73××호 운전사 박모씨(30)는 『피해자 과실의 경우 운전사가 기소되더라도 운전기술의 결함이 없다고 인정되면 행정 처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운전사가 뺑소니 치는 이유는 사고도 문제이나 자기 생명과도 같은 운전면허 취소 등 가혹한 자격 박탈이 있는 까닭이다. 이것이 현재로선 운전사의 불안을 최소한 없애는 방법일 것』이라고 실도 했다.<주섭일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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