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품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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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양주·양담배 등 특정외래품의 판매자유화 문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우선 찬성쪽의 주장을 들어보자. 사실 판매금지라고는 하지만, 시중에서 양주나 양담배는 누구나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다만 점두 뒤에서 거래되는 것이 불편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외래품들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선 불편할 것도 없다. 주점에 들어가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담배며 술이며…숨김이 없는 것이다.
판매자유화는 이런 것을 현실화 내지는 양성화함으로써 관세라도 벌어들이자는 생각이다. 남보기에도 떳떳하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는 없지 않겠느냐-이렇게 주장한다.
애연가들도 한몫 든다. 국산담배를 피우며 전전긍긍하느니 보다 양담배를 피우며 심리적인 위안이라도 받고 싶어한다. 정당한 값을 치르고 그 기호를 마음놓고 즐기게 되면 피차가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역시 양담배판매자유화파이다.
이번엔 그 반대의 입장을 보자. 지금 전국의 특정외래품판매소는 무려 1백70개소가 있다. 이중에 「포리너즈·커미서리」는 30개소. 여기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면면을 좀 보라는 것이다. 외국인은 정말 몇이나 되는가. 말하자면 합법적인 밀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만일 그나마 판매자유화가 되면 밀수개방이나 다를바 없으리라. 외래품류인 「루트」는 둑에 구멍이 뚫린 듯이 확대될 것이다. 국산품은 구조상 그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품질이나, 원가나…어느 면에서도 그렇다. 경쟁을 버티어 나갈 지구력이 없다. 결국 부작용은 생산의욕까지 떨어지게 할 것이며, 외래품천하가 될 것이다. 이때의 국산품「코스트」인상은 불가피하다. 관세수입으로 국산장려를 하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과를 밀감으로 재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대」쪽의 주장은 이렇게 비오으로 끝이 난다. 소매자의 부담만 늘리고 만다는 얘기다.
당국은 최근 양주·양담배 등 12개 품목의 특외품에 고율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것은 이른바 외래품판매자유화의 제일단계조치라고 한다. 우선 시험삼아 첫「스텝」을 밟아볼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래품이 어떻게 유입되고 있느냐에 있다. 「프리·택스」(무세)인 PX·APO등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상품의 유입을 막을 묘안이 없는 한, 이것은 외래품의 암거래를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가 되고 말 것 같다. 제일단계는 그쪽이 더 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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