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외래품의 중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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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의 경제각의는 『특정외래품 판매업소의 수입품과세방안』을 의결, 앞으로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백%대지 1백50% 부과키로 했다한다.
이러한 관세부과조치는 일반외국인에 대한 우대조치가 국제실례로 보아 지나치다는 판단에 의거한 것이라 하는바, 정부의 이러한 조처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또 관세를 부과하건 않건, 이러한 특정외래품은 외국인에게만 판매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이 조치만을 가지고서는 내국인과의 관계에 당장 무슨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의 상류층이라 할 정치인·고급관료, 그리고 기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특정외래품에 대한 관세부과조치와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외래품들을 애호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않다는 것이 에누리없는 현실임을 상기할 때 문제를 일부 외국인에 대한 관세부과 운운으로 호도할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다루는 정책이 아쉽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국인들 사이에 있어서의 특정외래품의 실질거래규모를 얼마로 추정하느냐 하는 조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설에는 그 거래총액이 연간3천만「달러」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견해조차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처럼 많은 특정외래품이 소비되는 현실에서 연간 4백만「달러」상당의 판매업소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쯤으로 과연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만일 판매업소 수입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2배 이상 오른다면 결과적으로 특정외래품 공급「루트」인 미군PX·APO, 그리고 외항선박·항공사 등을 통한 밀수행위만 더욱 자극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 이런 「루트」를 통한 밀수를 완전히 방지할 자신이 없는한 특정판매업소 수입분에 한정된 과세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할 것이다.
또 PX·APO·외항기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밀수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없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이들 특정외래품의 수입을 자유화하여 관세를 부과, 내국인에게도 판매를 허용하는 문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관세를 부과하고 내국인에게 대한 판매를 자유화시킬 때 밀수「루트」를 통한 특정외래품 거래의 단속마저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특정외래품에 대한 대책의 본질은 밀수「루트」를 통한 특정외래품의 국내유입을 완벽하게 단속할 수 있는 자신이 서고난 다음에야 비로소 현실적인 고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에 이런 자신이 설 수 있다면 고율관세를 부과하여 이미 풍조화한 일부 국민의 특정외래품 소비성향을 충족시기는 대신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예컨대 외국인을 초청해놓고서 일부 상류층인사는 물론, 심지어 정부의 고위층인사까지가 참가한 「파티」를 여는 자리에서까지 밀수「루트」를 통해 공급된 특정외래품이 등장함으로써 양식 있는 인사의 얼굴을 붉히게 하던 추태는 이로써 시정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대 우리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 강력한 단속을 다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지 시중에 유출되는 특정외래품이 줄어드는 기미가 거의 없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보아 오늘날 이와 같은 특정외래품 불법유입을 당국이 봉쇄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판매업소의 판매가격을 인상시켜 밀수요인을 자극하느니 보다는 차라리 내국인을 주고객으로 삼는 특정판매업소를 어김없이 적발, 도태시킴으로써 시중유출「루트」를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더욱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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