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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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18일 미국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추석 연휴로 증권 시장이 휴장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는 상승했습니다.

 양적완화는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이 그 돈을 시장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뜻합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시장에 돈이 더 잘 돌게 합니다. 하지만 금리를 이미 충분히 낮췄는데 여전히 경기가 어려우면 어떻게 할까요. 바로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게 미국의 양적완화였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시중에 직접 푸는 것이지요. 돈이 많이 풀리면 얼어붙은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 투자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양적완화는 미국 달러화 가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달러를 막 찍어내니 달러화 가치는 당연히 떨어지겠지요. 통화가치 하락은 해당 국가 기업의 이익 증가로 연결돼 국가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가 많답니다. 달러화 가치가 주요 국가 통화가치에 비해 낮으면 미국 기업들은 물건값을 내릴 여력이 많아지고 당연히 수출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지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자 연준은 201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실시했습니다. 2012년 9월에는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했고 그해 말 그 규모는 850억 달러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무작정 돈을 찍어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왜냐고요. 돈을 무작정 찍어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됩니다. 또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가격이 치솟는 것도 부담입니다. 세계 최대 수입국가인 미국으로서는 지나친 달러화 가치 하락이 부담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준은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미리 정해놨죠. 즉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경제가 좋아지거나, 아니면 인플레이션이 2.5% 이상 올라 물가 상승이 걱정되는 시점에 양적완화를 멈추기로 했던 것입니다 .

 자, 시기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양적완화 축소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난달 18일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실업률이 아직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물가 오름세가 아직 심각하지 않아 더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틴틴 여러분, 미 연준의 양적완화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의 달러화 공급이 줄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게 바로 전 세계가 미 연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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