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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의태어(Onomatopoeia)의 문학적 한계성(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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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 서언>
[예술가에게는 예술가다운 감흥이 있고 그 감흥은 표현을 목적하고 설레는 열정이 따릅니다. 이 열정의 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비례로 전말이 완숙하여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술이란 그 전달의 강도와 범위에따라 그 가치가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주l)
전달을 전제로한 예술의 표현을 주장하고 있는 유정의 소설은 [전통적인 조선어록의 풍부한 언어구사의 개인적인 묘미와는 소위 조선의 중견, 대가들이라도 따를 수 없는 성질](주2)의 것으로 유니크한 토속의 언어와 스타일에서 서정적 해학의 확장을 통한 심리묘사의 완전힌 실현(주3)을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은 전개되는 스토리내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직면하게되는 언어를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유정이 현실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독특한 태도와 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선택한 최상의 언어이며 더구나 이들 언어는 그의 문학을 특징지어주는 독특한 문체(style)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자기에게 익숙해져있는 여러 독자들이 자기의 작품을 쉽게 분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것이지만, 그가 언어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은 공통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작가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속에 나타나 있는 개인적 특성은 작가의 유티크한 면모를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일면이 된다.
문체는 바로 이러한 작가의 [언어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방법](주4)속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독특한 문체를 갖는다는 것은 항상 [지리하고 유니크하며 모방불가능한](주5)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때, 유정이 그의 소설 전반에 걸쳐 자주 선택하고 있는 onomatopoeia(의성·의태어)는 그의 작가적 편향을 말해주는 애용어사로 중요한 문체론적 사실이 되고있다.
본래 onomatopoeia는 [어떤 사물이나 동작과 연관되는 소리(자연음)의 모방](주6)에서 기원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쉬르(F·D·Saussure)가 지적하고 있듯이, 음성기호의 자의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 배격한 [유연적인 기호](주7)로서의 특성을 가진다.
본고는 소설의 경우에 이러한 onomatiopoeia가 문학어로서 가지는 기능을 분석하려는데 그 목적을 둔다. 물론 그러한 분석은 유정의 독특한 문체를 이해한다는 관점을 떠날 수 없다.
왜냐하면 순수한 언어적인 현상으로서 하나하나의 onomatopoeia가 유정의 정신적과정(mental process)을 거쳐 작품에 수용되는 동안 그것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되고 또 다른 언어들과의 결합속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2. Onomatopoeia의 언어적 속성>
언어의 특질은 보통 그것이 가지는 음성(sound)에 의하여 규정된다. 그런데 언어가 문학작품의 표현모체가 될 때 기록화한 언어(written language)가 가지는 음성적 잠재성(phonic potential)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서 표정성(expressiveness)을 수반한다.
언어의 표정성이란 [언어가 표상하는 사물이 논리적인 의미에서 작가의 의도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의미에서도 그 사물의 형상을 불러 일으켜주는](주8)언어의 음성이 가지는 인상적인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표정성이 가장 풍부한 언어가 바로 onomatopoeia이다.
왜냐하면 onomatopoeia는 그것이 표시하고 있는 건물이나 동작이나 상태를 가장 잘 연상할수 있도록 해주는 어떤 반향(echo)을 가지고 그 특성에 의하여 암시되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을 통하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국어는 특유한 모음체계(주9)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음체계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진 모음조화의 규칙이 우리의 의식표면에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물론 형태음운론적(morphophonemic)인 현상으로서 모음조화의 규칙이 국어의 모음체계와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모음체계가 통시적인 변화를 면치못하는 대신에 언중의 의식속에 자리잡은 모음조화의 규칙이 그 변화에 순응하지 않고 있는데서 오는 차이를 생각해야만 되기 때문에, 국어의 모음은 그것이 가지는 구조적 체계이외에 조화적체계라는 또 하나의 모음체계를 인정해야할 필요성마저 느끼게한다.
모음조화의 규칙성이 현대국어에와서 쇠퇴하고 붕괴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중성모음을 제의한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이라는 대립되는 두가지의 모음계열에서 뚜렷하게 상반되는 모음의 인상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주10)
◇양성모음(아·애·오·외)소·경·예·협·박·조·명·속…
◇음성모음(어·에·우·위·으)대·중·둔·광·후·순·암·지·‥
인상적인 음의 가치는 자음의 경우에도 볼수 있다. 특히 파열음(파찰음을 포함)에서 음성적 자질의 유무에 따라 분류되는 평음(ㄱ·ㄷ·ㅂ·ㅈ을 경음(찬음) (ㄲ·ㄸ·ㅃ·ㅉ) 기음(ㅋ·ㄷ·ㅍ·ㅊ)의 세가지 계열은 매우 긴밀한 결속을 가진 대립을 나타낸다. 그리고 평음(ㄷ)→경음(ㄸ)→기음(ㅋ)의 변화에 따라,(당당)→(땅땅)→(탕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 음이 표시하는 소리 또는 동작의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
국어의 onomatopoeia가 풍부한 어록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는것은 이러한 모음과 자음이 가지는 음의 인상적인 가치를 표정적인 특성으로 잘살리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본다.
Onomatopoeia는 그것이 표시하는 대상과 표시하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그 하나는 예스매르센(Otto Jespersen)이 말하는 직접모방으로 동물의 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흉내낸 반향어(echoword·주11) 또는 의성어이며, 다른 하나는 어떤 동작이나 상태를 의성어와 비슷한 어감을 가진 음성으로 유추 상징한 의태어를 말한다.
수사법상으로도 onomatopoeia는 이들 두 가지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데, 수사학적인 의미에서보다 음성상징론의 측면에서 오히려 명확하게 그 성질을 논할 수 있다. 그 까닭은 onomatopoeia가 표시하고자 하는 대상의 의미가 그 onomatopoeia의 각 음절에 함축되어 있는 표정성의 정도에 따라 제한되며, 또 항상 직감적인 인식만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의성어를 상징적이라하고 의태어를 환기적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음에 가까운 음성으로 흉내낸다는 것에는 둘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흉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새피어(E·Sapir)는 어감을 [언어의 본체, 즉 개념의 핵심체위에 돋아난 감정의 군살](주12)이라고 말한다. 언어의 의미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그외에 덧붙여 정서를 환기하는 감성적인 요소로서 어감은 그러므로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수단이 된다.
Onomatopoeia가가 가지는 어감역시, 풍부한 표정성을 통하여, 묻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 무엇을 연상케하는 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또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작품속에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일정한 양식아래 배열됨으로써 연상이 달라지고 정서를 환기하는 힘도 달라지는 것이다.
문학에 있어서 감정전달의 수단은 객관적인 환경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환경속에서 간접적으로 정서를 체험하게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onomatopoeia는 이러한 간접적인 표현방법을 떠나서 어느정도 직접적으로 감각에 호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onomatopoeia가 표현하려고 하는 대상에 매우 근사한 모방을 통하여 외계의 환경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Onomatopoeia는 시각적이며 또한 청각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표현방법이 오히려 onomatopoeia 자체에 제한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3. 표현의 문제와 onomatopoeia>
객관적인 표현의 방법에서 유정은 항상 [작중인물의 위치에까지 내려가 그들의 오성과 감성으로 느끼고 생각하는](주13)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노름밑천을 장만하려고 아내의 정조를 팔게하는『소낙비』(후에『소나기』로됨)에서 부터 onomatopoeia는 표현의 문제와 함께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줄기 할듯 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산속에 뭍힌 외진마을을 통째로 자실듯이 달구고 있었다.]
[뭉게뭉게]는 초두부터 시작되는 작품의 음산한 분위기를 돋우어준다. 그러나 그러한 기분은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서 점점 해소되고 있다. 춘호와 아내사이에 개재되어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에서 웃지못할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속에서도 윤리적인 의식이란 도덕성과 일치하는 것인데 도덕적으로 의혹을 사며 윤리적인면에서 허용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가지는 예술적인 가치는 변할 수 없다.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름판에 달려가 한밑천 잡아 서울로 떠나겠다]는 막연한 꿈이 춘호에게는 유일한 방법이고 그 유일한 방법을 위하여 아내는 몸을 판다는 불륜을 경멸하지 못한다. 남편앞에서는 [어른에게 죄진 어린애같이 입만 종깃종깃하다가] 겨우 입을 여는 아내가 이주사의 무릎앞에 [고분고분] 늘어져 있는 것은 [비때문에 발악도 못치고 앙살도 못 피우는]게 아니다.
[남편에게 부쳐먹을 농토를 줄테니 자기의 첩이 되라는 그 말도 죄송하였으나 더우기 돈 이원을 줄테니 내일 이맘떼 쇠돌이네 집으로 넌즈시 만나자는 그 말은 무엇보다도 고마웠고 벅찬 짐이나 풀은 듯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다만 애키는 것은 자기의 행실이 만약 남편에게 발각되는 나절에는 대매에 맞아 죽을 것이다. 그는 일변 기뻐하며 일변 애를 태우며 자기집을 향하여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가분가분 내려 달렸다.]
남편이 알면 [대매에 맞아 죽을 것]을 알면서도 빗속을 [가분가분] 걸어가는 아내의 태도에서 오히려 불안보다는 가볍고 포근한 안도감마저 느끼게 된다. 윽박지르는 남편에게 [두손으로 빌며 개신 개신 입을 열]고 [낼 되유-낼. 돈낼 되유]라고 [절반이 울음]인 목소리로 남편을 안심시키는 아내이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원칙을 앞에 놓고 인종으로 모든 것을 감수하며 발버둥하는 그녀에게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는 논란될 수 없다. 아내는 결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한다. 그리고 그의 생활수단은 본능적인 움직임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아랫도리를 단 외겹으로 두른 낡은 치마자락은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기어 걸음을 방해하였다. 땀에 붙은 종아리는 거칠은 숲에 긁혀매어 그 쓰라림이 말이 아니다. 게다 무거운 흙내는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른다.]
[척척]과 [탁탁]이 주는 어감은 유미함이 하나도 없이 거칠뿐이다.
[척척]감기어 걸음을 방해하는 헌 치마자락은 어둡고 무거운 [척척]의 어감을 조화시기며 답답한 그들의 현실을 그대로 부각하고 있다. [탁탁] 숨막히는 것을 흙냄새로 받아들여야하는 흙속에 사는 사람들의 비애마저도 느껴진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몽상하는] 서울의 거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내는 거추장스러운 윤리의 헌 치마자락도, 숨막히는 흙냄새도 모두 벗어버리는데, 춘호는 그러한 아내를 [쭉쭉] 시원스럽게 머리까지 빗겨주며 모양내 보내는 것이다.
결국 가난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유정은 오히려 회화적인 수법으로 처리하여 독자가 부담을 느끼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남기지 않았다.
이러한 비정한 희극성은 [금따는 콩밭]에서도 볼 수 있다.
흙속에서 캐어내는 금이지만 부득이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역설적인 표현은 현실에 대한 강한 풍자를 나타낸다.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하다. 고달픈 간드렛불. 맥없이 푸르기까지 하다. 밤과 달라서 낮엔 되우 흐릿하였다.
겉으로 황토장벽으로 앞뒤 좌우가 콕막힌 좀직한 구뎅이. 흡사히 무덤속 같이 귀중중하다.]
수재의 꾐에 빠져 재수(요행, 그런데 수재를 바꾸어 쓰면 재수가 된다)를 바라는 영식은 암담한 현실에 더욱 어둡고 헤어나오기 어려운 무덤같은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고 있다. 역시 비극의 원인은 가난에 있다. 그러나 엉뚱한 재수를 믿는 것처럼 수재를 믿고, 더 깊은 구덩이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영식의 심정은 『소낙비』에서 춘호의 심정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등뒤에서는 흙긁는 소리가 드윽 드윽 난다. 아직도 버력을 다못친 모양. 이 자식이 일을 하나 시졸하나. 남은 속이 바직바직 타는데 웬 뱃심이 이리도 좋아.
영식이 살기 띤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암말없이 수재를 노려본다. 그제야 꾸물꾸물 바지게에 흙을 담고 등에 메고 사다리를 올라간다.]
[드윽드윽]은 [득득]에서 모음의 장음화로 인하여 그 음절이 곱으로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물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것은 [꾸물꾸물]이라는 말과 함께 [뱃심좋게] 느리적거리는 수재의 동작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한다. 더구나 [바직바직]은 조급하고 견디기 어려운 영식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영식은 그러나 끝까지 수재(재수)를 믿으며 절망의 빛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는 속에서 오히려 조그만 그것이라도 붙잡어 보려는 인간의 의지가 엿보인다. 비록 [죽]을 끓일 식량이 없지만 [산제]를 위하여 쌀을 꾸어오는 약한 의지는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꿈과 결부되는 것이다.
[영식이 처가 너무 기뻐서 코다리에 고래등같은 집까지 연상할제 수재는 시원스러이
『네, 한포대에 오십원씩 나와유』하며 대답하고 오늘밤에는 꼭 정녕코 꼭 달아나리라 생각하였다. 거짓말이 오래 못간다. 봉이 나서 뼈다귀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게 상책이겠다.]
[훨훨]이 주는 독특한 표정성은 구덩이속으로 깊숙이 빠져 들어가는 영식이와는 반대로 그곳을 약삭빠르게 빠져 나가려는 수재의 심리적인 변화를 암시해준다. 음성모음이 주는[지]의 어감보다는, 이 경우에는 [대]한 어감과 [ㄹ]음의 연속으로 얻어지는 골유미는 여유만만한 수재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극적인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조선문단』(1936년8월)에 발표하여 [가장 높이 평가](주14) 받은 『산골』은 [내용에 있어서 너무 찾아낼 것이 없는 공허에 불만하면서도 문장에 있어서 그 연사가 극히 치밀정확](주15)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이쁜이는 얼빠진 등신같이 맑은 이 물을 가만히 들여다 보느라니 불시로 제몸을 풍덩 던지어 깨끗이 빠져도 죽고 싶고, 아니 이왕 죽을진댄 정든님 품에 안겨 같이 풍, 빠지어 세상사를 다잊고 알뜰히 죽고 싶고, 그렇다면 도련님이 이 등에 넓죽 엎디어 뺨에 뺨을 비벼대고 그리고 이 물을 같이 굽어보며 『얘 울지 말아라. 내가 가면 설마 아주 가겠니?』하고 세우 달랠 제 꼭 붙들고 풍덩실하고 왜 빠지지 못했던가.]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구 있는 보편적인 [물]의 이미지를 『산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충만한 깊이의 [물]은 도련님과 이쁜이의 사랑을 표시하지만 떠나버린 도련님을 생각하는 이쁜이앞에서 그것은 사랑의 부재를 의미하고, 사랑의 부재는 곧 죽음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연상적인 이미지는 꾀꼬리가 흥에 겨운 행복을 노래부르는 [산]속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에 파묻혀 벌어지는 도련님과 이쁜이의 신성한 사랑을 기반으로하여 형성된다. [마을]은 이들의 사망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석승]이가 등장한다. 이쁜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전환시킨 방법으로 [돌]을 택하는 것이다.
[돌]은 이별한 도련님에 대한 어김없는 이쁜이의 사랑이며 그것은 바로 이쁜이의 운명이 되어 [적승]에게 던져진다. 그러나 도련님을 잊을 수는 없다. 결국 [물]은 회상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는 것인데도 우리는 이쁜이의 눈물속에서 비극적인 상황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모든 것을 묵인하려 한다.
[풍덩] [풍] [풍덩실]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죽음을 연상케하는 [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비슷한 의미적인 패턴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세 개의 onomatopoeia는 각 음절마다 가지고 있는 어절 말자음 [ㅇ]의 표정성으로 오히려 극적인 일면을 나타낼 뿐이다.
물론 [∼고]라는 연결어미의 활용이 지속적인 사고의 진행을 표시하여 문장이 굉장하게 길어지고 그속에서 이 세 개의 onomatopoeia가 순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문장 전체에 활력소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높이 사야 한다. 표현의 문제를 떠나서 onomatopoeia가 유정의 경우에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활력소적인 역할에 한해서이다.

<차례>
①서언 ②Onomatopoeia의 언어적 속성 ③표현의 문제와 Onomatopoeia ④Onomatopoeia의 문학적 한계성 ⑤결언

<주>
ⓛ『김유정전집』 381페이지 ②동서 446페이지 ③동서 433페이지 ④Cleanth Brooks, Robert Penn Warren 공저 『Understanding Poetry』 605페이지 ⑤Nils Erik Enkvist 『Linguistics and Style』 21페이지 ⑥Oxford English Dictionary와 Scott, A.F.『Current Literary Terms』 ⑦F.D.Saussure 『Course in General Linguistics』 69페이지 ⑧Herbert Read 『English Prose Style』 3페이지 ⑨이기문 『모음조화와 모음체계』(심악 이숭령박사 송수기념논총 379페이지) 이숭령 『모음조화연구』(진단학보 16·1947) ⑩이숭령 『음성상징재론』(문리대학보7권1호) ⑪E.Sapir 『Language』 410∼411페이지 ⑫E.Sapir 『Language』 41페이지 ⑬정태용 『김유정론』(현대문학 1958·8) ⑭『김유정전집』 444페이지 ⑮백철·이병기공저 『국문학전사』 421페이지

<당선소감>문체통한 작품해명의 길 모색|학창을 보내며 받은 최고선물
문학에서 언어가 가지는 여러가지 기능을 좀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아있으면서 나를 문체론에 눈뜨게 하였다.
문학작품속의 언어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런중에 문체를 발견하고, 그 문체를 통하여 작품을 해명한다는 문체론은 문학연구의 한가지 방법론으로서 우리 문학계에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Onomatopoeia의 문학적 한계성]은 이러한 관점아래에서 시도되었고 작품속에 나타난 onomatopoeia를 하나의 문체징표로 보고 분석하였던 것이다. 아직도 부족하고 미숙한 나의 첫 시도를 이제 곧 떠나게 되는 학창생활에서 가장 보람있고 가슴벅찬 선물로 남길 수 있도록 영광을 베풀어주신 중앙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올리면서도 부끄러움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무거워진 책임을 잊지않고 더욱 착실하게 노력하며 새롭고 알찬 결실을 위하여 힘껏 정진할 것을 이끌어 주신 여러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함께 약속드리며 지금쯤 이 아들의 웃음을 더욱 보고 싶어하실 고향의 부모님께 이 기쁨을 전해 드리고 싶다.

<약력>
▲충남보령군오천 태생(22세)
▲홍성고등학교졸업(67년)
▲서울대 문리대국문과 4년 재학
▲주소=충남보령군오천면소성리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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