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진영 사퇴하려면 다른 명분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초연금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약으로 제시됐다. 12월 10일 발표된 정책공약집엔 기초연금에 대한 ‘국민연금 연계 운영안’이 명시됐다. 박 대통령도 TV토론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체제에 포함시키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는 대선공약이었고, 당시 당의 정책을 맡았던 정책위의장이 바로 진영 복지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공약을 총괄한 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과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거친 사람이 이제 와서 공약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물러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진 장관이 사퇴하고 싶으면 다른 명분을 찾아야 한다”며 “그게 그럴듯하게 보여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만든 공약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사퇴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진영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복지 전문가들과 만나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기초연금) 공약이 나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해 운영한다는 내용이 공약에 포함됐는지 몰랐다는 말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더니 진 장관이 자신도 모르는 공약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진 장관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던 건 맞다”고 전했다.

 “사표를 수리해 달라”는 진 장관의 거듭된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진 장관의 사표를 곧 수리할 수밖에 없을 거란 기류가 강하다. 내부에선 진 장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잇따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당초 올라왔던 안도 국민연금과 절대로 연계할 수 없다는 취지도 아니었다”며 “일하기 싫으면 그냥 나갈 것이지 앞뒤가 안 맞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진 장관은 책임감과는 전혀 무관한 독특한 성격”이라며 “이런 분이 여의도에 돌아간다고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당초 사표를 반려했던 것은 다음 장관이 청문회를 거칠 때까지 복지부를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관련기사
▶ 박 대통령 '나홀로' 검증 집착하다…인사 리더십 상처
▶ 진영, "정총리와 대화할때 사의 접은 것 아니었나" 묻자
▶ 靑, 새정부 첫 개각설 일축 "지금 단계선 분명히 없다"
▶ 황우여 "진영 처신 바람직하지 않아…돌아오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