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의 방문과 예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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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 인사를 위한 가정방문은 옛날처럼 의례적이고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휴일을 함께 즐기며 새해를 축하하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다. 평소에 친한 사이라면 미리 약속해 두는 것이 편리하지만 조금이라도 어려운 손위사람이면 미리 가는 시간을 말하는 것은 실례다. 평상시의 방문과는 달라서 지나치게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시간만 피하면 식사시간 등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축하선물은 과일 과자 등이 무난한데 새해에는 백화점이나 유명한 상점들은 쉬는 곳이 많으니까 미리 준비해 둔다. 아주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는 세배 돈으로 줄 새 돈을 약간 준비한다.
현관에 늘어서기 전에「머풀러」나 장갑「오버코트」는 미리 벗고, 돌아 올 때에는 주인이 추위를 염려해서 권하면「코트」는 방안에서 입고 장갑·「머플러」는 밖에 나와서 쓴다.
방안으로 안내 받았을 때 한식 온돌방이면 남편이 앞서 들어가게 하고 양 실이면 부인이 먼저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인이 자리를 권하면 너무 지체하지 말고 자리에 앉는데 온돌방은 아랫목이 상좌지만 양 실인 경우에는 뜰을 등으로 한 곳이 상좌가 된다. 의자가 여러 개 있을 경우에는「소파」가 상좌지만 주인이 권하면 너무 사양하지 않는다.
먼저 온 손님이 있으면 가볍게 인사한다. 그리고 먼저 온 손님이 서로 잘 아는 사이라도 주인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 장황한 얘기는 삼가도록 한다. 모르는 사이면 주인이 인사시켜 줄 때를 기다린다. 축하선물은 인사가 끝난 다음 반드시 그 집 주부에게 전하도록 하고 아이들의 세배 돈도 어른들이 보는 곳에서 준다. 다나 과일 등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들고 잠시동안의 화제라도 너무 어둡고 무거운 얘기는 피하도록 한다.
많은 신년하객이 오는 집에서는 일일이 주인이 맞이할 수 없어 현관에 명함상자를 두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명함만두고 와도 된다. 또 이쪽에서 여러 집을 방문해야 할 경우 현관에서 인사를 마치고 나와도 된다.
인사가 끝난 다음 축하선물도 현관에서 전하는데 반드시 주부에게 전하도록 한다. 아무리 시간의 여유가 없더라도 방문하는 가정에 노인이 계시고 평소에도 알고 지내는 경우에는 반드시 올라가 인사들이고 나온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는 어른의 눈이 가는 곳에서 놀도록 한다. 새해를 위해 특별히 값비싼 장식품들을 내어놓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수한 다음에 당황하는 것보다 미리 조심하도록 한다.
식사와 술대접을 받았을 때 주인집에서 준비된「냅킨」이 없으면 그대로 식사하도록 한다. 새 옷을 더럽힐까봐 큰 손수건을 무릎 위에 펼쳐 놓으면「냅킨」을 준비 못한 주부에게 실례가 된다. 그리고 평소에 입지 않던 한복을 입었을 때는 가슴이 갑갑하고 난방과 긴장 등으로 어지러울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식사도중이라도 자리를 뜨고 주인에게 얘기한 다음 딴 방에서 옷을 고쳐 입고 기분을 전환시키도록 한다. 끝까지 참다가 여러 사람에게 폐가 되는 수가 많다. 새해 축하방문은 예절바르기 전에 모두 함께 유쾌해야하기 때문이다. <권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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