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ML 은퇴한 나이에 첫발 … “난 적응할 게 많은 신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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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호 19면

임창용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AP]

박찬호(40)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등판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0년 10월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전이었다. 그는 “헙, 헙” 기합소리를 내며 공 하나하나에 혼을 실어 던졌다.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로 통산 124승을 올린 박찬호는 노모 히데오(일본)의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최다승(123승) 기록을 경신했다. 아메리칸드림의 마침표였다. 마지막 등판일 박찬호의 나이는 만 37세 3개월 4일. 그는 이듬해 일본(오릭스)을 거쳐 2012년 한국(한화)에서 뛰다 은퇴했다.

37세 신인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도전

 박찬호가 노장 투혼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은 나이에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8일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 첫 등판, 3분의 2이닝 동안 1안타·1볼넷·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은 임창용이 태어난 지 만 37세 3개월 4일째였다. 우연의 일치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등판 나이와 임창용의 첫 등판 나이가 똑같았다.

 임창용은 28일 현재 6차례 등판해 5이닝 동안 6피안타·3실점을 기록 중이다. 승패와 세이브 없이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한 편이다. 메이저리그 야구공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임창용은 “공이 미끄러워 손에서 잘 빠진다. 컨트롤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6차례 등판에서 볼넷 7개를 내줬다.

 그러나 파워는 여전하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네 번째 등판이었던 19일 밀워키전에서 최고 구속 153㎞를 찍었다. 그가 허용한 안타 6개 중 정타는 2개 정도에 불과했다. 마이너리그 때부터 홈런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당장은 불안하지만 내년엔 기대를 걸 만하다. 임창용은 “우리 팀에서 내 나이가 가장 많다. 그러나 난 적응할 게 많은 신인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년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그는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 살이다.

 임창용 야구 인생의 궤적은 박찬호와 정반대다.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넥센) 등 메이저리그 1세대 선수들은 미국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일본을 거쳐 국내로 돌아왔다. 이들은 ‘유턴파’로 불린다. 반면 임창용은 그저 직진만 했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해 9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그는 2006년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고 퇴물 소리를 들었다. 임창용은 당시 받던 연봉 5억원보다 낮은 3000만 엔(약 3억원)에 일본 야쿠르트와 계약했다. 이후 4년 넘게 일본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하다 지난해 7월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때도 임창용은 은퇴 기로에 섰다. 어려울 때 그는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10대 선수들이 뛰는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 마이너리그를 단계별로 거쳐 결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임창용은 “한국과 일본에서 296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300세이브는 미국에서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지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게 ‘늙은 유망주’ 임창용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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