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중 동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떨던 지난 성탄절 날 서울에서 취객이 2명 동사했다.
술 취해 죽는 일은「에도거·앨런·포」를 위시해서 서양에서도 흔하기는 하다.
미국의「알코올」및 약물중독 조사 협회에서 작성한 도표에 의하면「알코올」이 혈액 내에 0·05%섞이면 호방해지고, 0·1%인 때는 위험 인물이 되고, 0·3%인 때는 현기증을 일으키기고, 0·4% 때 정신이 아물거리고, 0·6%때 손발을 움직이지 못 할 만큼 만취, 0·7%때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술 취해 죽기도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취인 때에는 자동적으로 술을 못 먹게 되니까 실제로 죽는 일은 거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더 우기 술 취해 얼어죽는다는 것은 가난한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분명히 술은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술은 겨울에 더 많이 마시게 된다.「알프스」지방에서 조난한 등산객을 위한 구조대의 목에「럼」주의 통을 달아매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럼」주는 몇 시간씩 눈 속에 파묻힌 조난자의 몸을 덥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오히려「칼로리」의 소모를 촉진시켜 죽음으로 몰아 넣는 일이 많다. 몸을 녹일 때는 술보다는 오히려 사탕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대개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의 술 취한 동사 자는 막벌이꾼들이다. 이번 첫 동사 자도 지게꾼이었다. 이들은 모두 추위를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술로 몸이 녹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추위를 잊기 위해서는 한없이 마셔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칼로리」를 한층 더 소모시켜 줄뿐이기 때문에 술기운이 깰 무렵에는 더욱 추워지게 마련이다.
그뿐 아니라 가난한 막벌이꾼들에게는 추위를 막아 주는 지방분이 부족한 게 보통이다. 술도 깡 술을 먹게 된다. 또한 이들은 몇 시간이고 밖에서 서성거리게 마련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이 있다. 체온이 30도로 내려가면 산소의 소비량은 반 이하로 줄어들며 급격하게 영으로 감 하 되어 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한번 얼음 위에 쓰러지면 생명력은 급격하게 감퇴되어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네 막벌이 노동자들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술이 그들에게는 추위를 이겨내게 해주는 유일한「난로」이기 때문이다. 그저 길가에 쓰러진 취객을 본체 만체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차가운 인심을 탓할 수밖에 없는 가 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