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예비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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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 담>
이진섭<평론가>
최 석<예비역 소장>
▲이진섭=예비군 문제는 많은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고, 또 국가적으로는 안위와 관련된 것이어서 어느 문제보다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봅니다. 예비군이 필요하냐, 필요치 않으냐는 원칙 문제를 떠나 훈련·동원이 많은 사람들의 생업에 지장을 준데 서 이 논쟁과 관련된 반응도 더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최석=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고 그 반응도 민감해지니까, 내년 총 선을 앞두고 날카로운 정치적 쟁점이 된 것 같아요. 다시 말해서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들, 문제가 그리 확대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런 점에서 예비군 폐지론을 에워싼 논쟁은 여-야의 선거전략과 관련된「캠페인·이슈」로 정치적 성격을 규정할 수 있겠습니다.
▲이=김대중씨가 지방 유세에서 예비군 폐지를 처음 내세웠을 때 특히 젊은 층에는 상당히 먹혀 들어간 모양입니다. 이건 예비군 운영에 무언가 모순이 있고 생업에도 지장을 주고 또 심리적으로 속박 감 같은 걸 주고 있는 증거라고 봤습니다.
▲최=사실 예비군 운영의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는 점이 설치 때부터 큰 과제였습니다. 비상 동원은 재외하고라도 평상시의 훈련은 1년에 한 두 번씩 몰아서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 경남 지방에 들러 보니 면의 경우 모두 중대 단위로 하고 이-동은 15명이 되더라도 소대 단위로 편성했는데 이것은 편제상 비능률적이에요. 또 동원·훈련도 도시·농촌·취약 지구 등 구별 없이 획일적으로 해서 필요 이상의 시간을 낭비시키게 했어요. 신민당의 폐지론은 이런 불합리 점에 대한 자극제 구실을 한 셈입니다.
▲이=그런데 정부나 공화당에선 단순한 자극으로만 받아들인 것 같지 않습니다. 국방장관이 기자 회견에서『어떤 정권에서도 폐지할 수 없으며 안보문제를 정치 도구로 삼지 말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외에 어떤 여당 간부는『선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예비군 폐지론에 굴복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아닙니까.
▲최=하긴 신민당의 폐지 대안이 너무 PR효과를 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충역으로만 향토 경비대를 설치한다는 문제만 해도 내 견해로는 납득이 안됩니다. 보충역은 현역 소집에서 빠진 사람인데 거의 고령자거든요. 더구나 군사 훈련의 경험이 전혀 없는 약 13만의 보충역이 군대로서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신민당 안에서도 예비군 폐지에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도한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선거「이슈」로서는 어느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계산에서인지 공약으로 채택됐더군요.
▲최=제 생각으로는, 신민당이 내놓은 폐지 대안이 조금 전에 지적했듯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 한 것이고, 결과적으로는「폐지」가 아니라「개선」의 한 방안이라는 인상을 주어 다시 큰「이슈」로 선거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신민당의 안도 결국은 예비군의 필요성을 은근히 시사한 것이 아닐까요.
▲이=삼척·울 진을 비롯한 여러 곳의 무장간첩 침투 때 보여준 예비군의 활약은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실감케 한 것 같아요. 다만, 운영에 모순 점이 적지 않은데…2백만씩이나 방대한 규모로 편성해 둘 필요가 있느냐 등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요.
▲최=전쟁을 전혀 예상치 않는다면 60만의 현역 군대도 많지요. 그러나 북괴의 전면 공격과「게릴라」전 등 두 가지 도발위험이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응하는 전력 확보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군사학은「상대적」인 것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언제나 적의 양과 질을 고려하여 군의 규모를 책정합니다. 영국·서독·「프랑스」·「스위스」등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민방위 체제를 갖추고 있고 중공의 경우, 전 인구의 35%를 민병으로 묵어 놓는가 하면 북괴는 1백40여만의 노동 적 위 대를 조직해 놓고 있습니다. 특히 북괴가 약 3만 명의 「게릴라」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감안할 때 예비군은 군사 전략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결국 효율적 운영방안을 찾아야겠군요. 며칠 전 예비군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얼만 큼 개선될지 궁금합니다.
▲최=제 견해로는 진일보 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예비군의 훈련·동원을 원칙적으로 군이 관장토록 하고 유사시 어떤 군 편제에 소집되도록「동원대비」임무를 추가한 것은 기동성을 둔 점에서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법이나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운영의 묘」가 필요하겠군요. 또 예비군 개개인이 투철한 사명감과 참여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대 전제입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예비군의 일선 지휘관들이 높은 자질로「리더십」을 발휘토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야비한 언동은 민간인인 예비군의 참여 의욕을 잃게 하는 요인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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