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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투자와 자금조달(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0년은 우리 나라 기업의 자금조달 유형이 다양화하고 보다 새로워 진 점에서 퍽 의의 있는 해였다.
외자도입과 은행 자 등 이제까지 기업이 의존해 온 두개의 일반적인 내 외자「루트」에 긴축이 선언, 실시됨에 따라 기업은 새「루트」를 찾아야 했다.
기업 자금난의 돌파구로 활용된 새로운 자금조달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모 증자를 비롯, 자금 시장을 통한 민간 자본 동원이 퍽 활발했으며 외국기술 제휴선 또는 차관 선과 기존 법인에 대한 합작투자가 부쩍 늘어났다.
또 보유 부동산을 자진 처분한 기업이 있었고 공장가동에 필요한 원료를 현금「베이스」나 단기 연 불로 수입하는 대신 물자차관으로 도입함으로써 자금난의 시련을 덜어보려는 업체들도 많았다.
이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자본시장을 통한 내자 조달 액이 55억 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20억 원이 순수한 민간기업의 공모 증자방식에 의해 조달된 것이고 30억 원은 한전과 서울은행 등 일부 국영기업체를 포함한 10여 개 기업의 기존 민간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였으며 나머지 5억 원은 경매 또는 금융기관 보유주식 매각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유상증자는 어떤 기업이 자산 재평가 차액을 자본 전입(증자)할 때 주주들에게 무상주를 분배하면서 일정 비율의 유상 주 매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서 과거에도 더러 있었던 방식이며 또한 경매와 보유주식 매각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에 비해 공모증자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따라서 공모 증자「붐」이야말로 70년도 기업 자금조달의 새로운 유형으로 의미가 큰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동아제약이 금년 봄 투자개발 공사를 통해 2억 원의 주식공모 증자를 시도 증자계획 액의 2백43·9%(4억8천7백만 원)라는 예상외의 청약이 쇄도하자 많은 기업이 그 뒤를 따랐다. 신진 자동차 판매(주)의 3억 원 공모계획이 2억4천8백만 원(청약률 82.9%)으로 약간 차질을 빚었을 뿐 여타 기업의 공모 신주는 1백5%이상 최고 3백38.5%(부산철관)의 청약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매진했다.
대부분이 재벌 급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들의 이러한 공모증자「붐」은 자금난에 그 직접적인 동기가 있었다고 해야겠지만 한편, 우리 나라 기업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내지는 주식 대중화에 다소나마 눈뜬 결과라고 풀이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공모 증자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은 규모 면에서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 이미 지적했듯이 그것은 20억 원 정도이며 기타 방법에 의한 조달 액을 포함해도 총 55억 원으로서 2천만 불도 안 된다.
따라서 외국인과의 합작 방식에 의한 증자가 제2외 돌파구로 활용됐었다.
한국「나일론」계의 한국「폴리에스터」가 건설중인 공장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도오레이」와 삼정 물 산에서 1백96만 불을 조달, 50%의 주식을 허 여한 것을「스타트」로 해서 이러한 형태의 합작투자가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유공이 정유시설 확장 및 운송 장비 확충을 위한 자금으로 기왕에 25%의 지분을 갖고 있던 미「걸프·오일」에서 2천6백여 만 불의 차관과 약 2천4백만 불의 투자의 유치, 마침내 지주 비율을 50%로 확대시켰으며 최근에 와서는 현대자동차, 아세아 자동차, 한국 유리, 금성사 등 굵직한 민간 기업들이 합작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합작투자처럼 흔치 않지만 물자 차관 역시 자금난 타개 방법의 하나로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민간 기업의 내자 조달용 현금 차관을 일체 불허하고 이 물자 차관에 대해서도 내자 조달용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 차관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부산 방직을 비롯, 신진·아세아 자동차가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추진중인 원 모·자동차 부품 등 각종 자가 수요원자재 차관이 곧 이 범주에 든다고 하겠다.
이밖에 소유 부동산을 매각,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예로 경 방이 있으며 천우 사는 소 공「빌딩] 일부를「아케이드」로 개조, 임대 보증금으로 약 1억 원을 조달했다는 소문이다.
일부 기업의 자진 처분 움직임과 꼭 관련이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정부측도 기업들이 소유부동산을 매각해서라도 스스로 자금난 타개에 힘쓸 것을 바랐으며 20개 10억 원 이상 거액 대출업체에 대해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의 부동산 매각은 지극히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 면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노력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퇴장돼 있는 자기 자금부터 양성화할 만큼 과감하지는 못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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