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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아파트」생활의 보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이젠 적어도 도시 사람들에겐 예사롭게 생각되고 있다. 지난 62년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68년 가을에 선을 보인 시민「아파트」가 서울에만 4백 여 동 2만 가구를 수용하고, 지방 도시에도 약 2만 가구가「아파트」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난7월 입주가 시작된 한강「맨션·아파트」를 비롯하여 저소득층에서부터 고급 호화 층까지 「아파트」가 도시 주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해 가고 있다. 그만큼「아파트」생활에 대한 문제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더욱 여러 면에서 논란이 되고「개선」을 향한 소리가 많은 것이다.
70년 한해 동안 정부가 세운「아파트」만해도 서울·부산·대구 등 도시에서 3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었고, 특히 서울의 경우 민간「아파트·붐」을 불러 10 여 곳에 2천 가구 이상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처음엔「아파트」입주 자 모집 경쟁이 무척 심했으나 요즘 일부 개인「아파트」 는 다 세워 놓고도 입주 자를 찾지 못해 비어 있는 기현상도 빚었다.
그러나 점점 심해지는 인구의 도시 집중에서 오는 주택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아파트」 건립은 불가피한 것이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임엔 틀림없다. 내년에 서울시는 시민「아파튼1백 동과, 시범「아파트」1백 동을 각각 세워 6천 가구를 수용하고, 주택 공사도 2천 여 가구를 수용할「아파트」를 세울 계획으로 있다. 또 민간「아파트」도 올해보다는 늘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 도시민의「아파트」생활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올해 들어 민영「아파트」가 더욱 늘어남으로써 뚜렷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맞추어「아파트」용 김장독이니 도시「개스」니 하는 새 생활 용품들이 「아파트」의 보편화를 인정했고, 도시의 맞벌이 부부면 연속극에도 으레「아파트」살림을 하는 것으로 전형을 삼을 만큼 됐다.
문제는「아파트」생활의「언밸런스」에 있다.「아파트」와「아파트」의 격차 생활 양식의 부조화,『편리한 주택』으로서의「아파트」와 현실파의「언밸런스」인 것이다.
첫째,「아파트」와「아파트」의 격차는 올해 특히 두드러진 문제로 제기되었다. 4월에 일어난 와우「아파트」사고와 7월에 완공된「맨션·아파트」의 인기는 바로 좋은 예이다. 8평이라는 좁은 공간, 공동 변소를 써야 하고 연탄「개스」가 복도에 가득 차는,「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시민「아파트」는「고관 판자촌」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와우「아파트」사고에서처럼 나라에서도 날림으로 지은 것이라고 인식되었기 때문에 더욱 시민「아파트」에 사는 사람에 대한 신분까지도 계층을 두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서울 서부 이촌동 공무원「아파트」는 67년 새로 세워졌을 때 만해도 상당한「프리미엄」이 붙고 인기가 좋았으나 금년 들어 바로 그 앞에「맨션·아파트」가 들어서자 값이 형편 없이 떨어졌다.
호화판「맨션」이 버티고 있어『아침마다』그쪽을 보면 4만원 월급 장이 인 내 신세가 오히려 초라해서 못 참겠다』고 한 고급 공무원의 말은「아파트」의 종류에 따라 사람 신분이 달라진다는 새로운 현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왜 정부가「시민」이니 중산층」이니「맨션」등의 말을「아파트」이름에다 붙여서 계층을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도 말했다.
일련 일들 때문에 부유층에 사치「붐」을 불어넣는 호화「맨션」이 날개 돋치고, 이를 가까이 서 보고 따르지 못하는 서민층이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소외감은「아파트」가 보편화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감정이기도 하다.
다음,「아파트」생활이 종래의 습관과 맞지 않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장독대·김치 보관 등 아직도 해결을 못 보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개선의 방향 연구되고 있으며 젊은 층에서부터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특징이 편리하고 값싼 점에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엄청난「언밸런스」를 보이고 있다. 일부 고급「맨션」을 제외하고, 값싸고 편리한 곳은. 못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아파트」주부들 평이다.
수도 물이 잘 안 나오는 시민「아파트」가 많고, 환기·난방은 아직도 연탄「개스」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아파트」의 필수 여건인 오물 처리, 비상 계단 등 불편한 점들이 비단 서민용 정부 건립「아파트」만이 아니라 민간「아파트」에도 허다하여「현대 생활의 개선」이라는 구호는 쉽지 않은 듯하다.
좀더 나은 생활 혁명은 바로「아파트」라는 대단위 주택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생과 편리, 그리고 바른 생활 태도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의 특급「호텔」보다도 더 호화롭게 꾸며 부의 과시로 사치「봄」이「아파트」에 분다는 것은 과연 한국의 현실에서 주택난 해결로서, 또 생활 개선이라는 문제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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